현역 육군 이모 중위는 최근 야간훈련 나가는 장갑차가 줄지어 선 사진과 함께 훈련소식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 속 장갑차에는 차량 식별번호와 장비가 노출돼 있었다. 이 중위는 3월 18일엔 ‘5분 대기 출동준비 중!’이란 글과 함께 부대 마크와 계급장이 붙은 군복을 입고 소총과 야시경 등 장비를 착용한 부대원 10여 명과 병영생활관에서 찍은 사진도 올렸다. 동료 군인은 ‘이 사진 보안에 걸릴걸?ㅋㅋㅋ’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 중위는 ‘전술훈련 평가’라고 적힌 노란색 문서 폴더의 표지를 찍어 올리기도 했다.
현재 해당 사진은 지워졌지만 이 중위의 페이스북을 검색하면 어느 부대 어느 중대 소속인지, 그의 부대가 어느 지역에 있는지까지 쉽게 알 수 있다.
○ 스마트폰으로 줄줄 새는 군사기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군 기밀이 노출될 수 있는 사진이나 글을 올리는 군인이 많다. SNS 특성상 사진을 올린 위치와 시간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해당 부대의 위치나 일과 등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필중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함께 찍힌 사람의 크기로 무기나 시설의 제원을 짐작할 수 있어 적에게 고스란히 우리 정보를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병사들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SNS에 사진을 올리고 있다. 사병은 휴대전화 소지가 금지돼 있다. 지난달 25일 경기 동두천 지역 모 부대 소속 유모 병장은 위장크림을 바른 자신의 얼굴과 방탄모 사진을 올리고 “상황이 걸려도 난 뭐 ㅋㅋㅋㅋ 잉여”라고 썼다. 유 병장의 게시물들에는 ‘모바일에서’란 태그가 달려 있어 훈련 중 스마트폰으로 찍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도권 부대의 현역 A 중위는 “소지품 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소지를 100%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는 5분 대기조 사병이 무기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행정보급관이 뒤늦게 발견해 지우기도 했다. ▼ 스마트폰 속에 기밀사진 제대뒤 유출땐 속수무책 ▼
○ 스마트폰 속 미공개 사진이 더 위험
국방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월 31일 국방부는 ‘군 장병 SNS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프로필에 군 관련 정보 △군 위치가 노출되는 글 △군 기강 훼손 글 등을 올리지 말 것을 교육했다. 휴대전화 이용을 막을 수 없는 휴가 중에도 이런 지침을 지키라는 의미다. 육군 관계자는 “사진을 올린 간부와 병사는 군인복무규율에 따라 처벌할지 결정할 것”이라며 “부대 내 개인 얼굴 사진 촬영은 큰 문제가 없지만 작전계획이나 주요 시설이 노출된 사진을 올린 장병은 엄벌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현역 병사의 스마트폰 이용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군 특성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한 편. 군사전문지 ‘제인(JANE)연감’에는 각국 군인이 유출한 전 세계 무기 사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스마트폰을 허용하면 50만 장병 중 99%는 잘 사용하겠지만 1%의 실수로 군사기밀이 유출된다면 안보에는 치명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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