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때 40대 유권자 수는 882만여 명. 전체 유권자의 22.0%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전문가든, 각 대선주자 진영이든 “40대를 잡아야 대권을 잡는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각 진영이 40대 표심에 주목하는 이유는 비단 유권자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40대의 표심이 전체 대선 여론의 흐름을 선도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40대 표심 그때그때 달라요
총선 승리 이후 각종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은 40대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5%포인트 안팎으로 앞섰지만 7월 19일 안 원장이 ‘안철수의 생각’을 펴낸 뒤 상황이 달라졌다. 안 원장이 박 의원을 10%포인트 정도 앞선 조사결과도 나왔다. 안 원장이 책 한 권 내자 40대의 10∼15%가 지지자를 바꾼 것이다. 다른 연령대는 큰 변화가 없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지지 후보를 바꾸는 경향이 확연히 다르다. 30대와 60대 이상은 지지 후보를 잘 바꾸지 않는 반면에 40대는 지지 후보를 쉽게 바꾼다는 것. 20대와 50대는 그 중간이다.
중앙대 장훈 교수는 “40대는 지역주의와 보수-진보 이념에 의존하는 성향이 약한 반면 정치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안에 따라 쉽게 지지 성향을 바꾸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 안정과 변화 양 날개 갖춘 후보는?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R&R) 본부장은 최근 40대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올라간 이유에 대해 “40대는 안정 속의 변화를 추구하는 세대다. 그동안 박 의원은 안정을, 안 원장은 변화를 상징해 왔는데 안 원장이 책에서 복지, 정의, 평화라는 국정운영 키워드를 던지면서 어느 정도 안정감도 심어준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통합당은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과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등으로 국정을 맡기기에 불안한 세력으로 인식됐고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 반면에 안 원장은 아직 국정운영 능력을 놓고 논란이 많지만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내놓으며 일단 주목을 끄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안 원장은 재벌 2, 3세와 벤처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 논란이 불거져 지지율이 빠지기도 했다.
박 의원이 준비된 지도자라는 이미지에 ‘변화’ 콘셉트를 더할 수 있느냐, 안 원장이 참신함을 유지하며 ‘안정감’을 각인할 수 있느냐가 40대 표심을 움직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40대 민심 잡기 까다롭네
40대는 본인의 주거, 물가, 노후 걱정에 자녀 교육, 부모 봉양까지 각종 생활고의 정점에 서 있는 세대다. 그러다 보니 현실적이다. 또 6·10민주항쟁이 벌어진 1987년 전후에 대학을 다닌 세대라 민주화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40대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하지만 자신의 인생 이모작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성장에도 관심이 많다. 박 의원 캠프에서는 40대 민심 잡기 전략으로 ‘박근혜가 바뀌네’ ‘박근혜가 바꾸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박 의원의 약점인 불통 이미지를 깨고 변화를 주도하는 이미지로 나서겠다는 의지다. 주거-교육 정책 개발에 몰두하는 것도 주로 40대를 겨냥한 것이다. 안 원장도 책에서 보육과 교육, 주거, 건강, 노후, 일자리 등 민생의 각종 정책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일자리 창출과 복지를 동시에 강조하며 40대에 눈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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