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9일 김대기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공석인 대통령정책실장(장관급)을 겸임토록 하는 등 청와대 일부 인사를 단행했다. 김명식 인사비서관을 수석비서관급인 인사기획관으로 승진 발령했고, 핵심 측근 중 한 명인 임재현 뉴미디어비서관을 제1부속실장에 임명했다. 대통령 일정을 실무 총괄하는 제1부속실장은 지난달 중순 저축은행 비리 의혹으로 김희중 전 실장(구속)이 물러난 뒤 공석이었다. 이 밖에 김범진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공석인 정무비서관에, 임성빈 녹색성장기획관실 선임행정관을 신설된 기후환경비서관에 각각 임명했다.
김 정책실장은 기획예산처에서 잔뼈가 굵은 예산전문가로 통계청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을 거쳐 지난해 2월 청와대에 합류해 현 정부의 집권 후반기 경제 정책을 조율해 왔다.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에 들어온 김 기획관은 중앙인사위 인사정책국장을 지낸 ‘인사통’이다.
이번 청와대 인사는 소폭이지만 이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짐작하게 한다.
지난해 12월 백용호 전 실장 퇴임 후 공석인 정책실장을 김대기 수석이 겸임토록 하고, ‘복심’인 임재현 비서관을 제1부속실장에 기용하면서 남은 임기 동안 유럽발 경제위기 해법 마련에 주력하기 위한 업무 분위기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요즘 측근들에게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미래 이슈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환경비서관을 신설한 것도 임기 초반부터 강조해 온 녹색성장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다.
김명식 기획관, 김범진 비서관의 승진은 정권 초반부터 오랫동안 청와대를 지켜 온 참모들을 배려해 임기 말에 흔들릴 수 있는 청와대 내 안정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인사로 기획관, 비서관 자리가 각각 1개씩 늘어나면서 일각에선 ‘보은 인사’라는 말도 없지 않다.
이날 구성된 청와대 참모진 중 비서관급 이상 핵심 포스트 59명의 출신을 분석한 결과 정권 초에 비해 관료 출신 비중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관료 출신은 김대기 정책실장 등 30명(50.8%)으로 가장 많다. 학자, 언론인 등 전문가 출신은 하금열 대통령실장 등 15명(25.4%)이고 선거 캠프 출신은 장다사로 총무기획관 등 8명(13.6%), 새누리당 출신은 이진규 정무기획비서관 등 6명(10.2%)이다. 그러나 임기 초인 2008년 11월엔 전문가 출신이 전체 53명 중 21명(39.6%)으로 가장 많았고 관료 출신은 19명(35.8%), 캠프 출신은 11명(20.8%)이었다.
그만큼 임기 말 주요 정책 과제의 무난한 마무리를 위해 이 대통령이 관료 출신을 꾸준히 중용해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9명의 수석비서관 중 6명이 관료 출신이고 외교안보수석실, 경제수석실 산하 비서관 7명은 전원 관료 출신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더 잘 이해하는 캠프 출신 인사들이 줄어든 만큼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청와대는 임재현 제1부속실장의 발탁으로 공석이 된 뉴미디어비서관의 후임을 찾지 못한 채 인사를 발표했고, 몇 개월 전부터 일부 행정관직도 공석일 정도로 ‘정치적 썰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대기 수석이 정책실장을 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임기 말이라 사람 찾는 게 참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 김 정책실장 △서울(56)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행시 22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석사 △대통령경제정책비서관 △기획예산처 재정운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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