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북한판 경부고속도로’ 건설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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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7일 03시 00분


■ 2년간 지지부진… 장성택 방중으로 탄력

수년간 각종 설(說)만 무성하던 북한 평양∼신의주 도로 건설 계획이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방문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일행은 중국 측과 주요 경제협력 과제로 도로 건설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복수의 정통한 베이징(北京)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약 236km에 이르는 북한 교통의 중심축인 평양∼신의주의 낙후된 도로를 개량하거나 현대식 도로를 새로 놓기 위해 중국 교통운수부와 2년 넘게 협의했다. 평양∼안주(약 59km) 구간은 1992년 왕복 4차로의 고속도로로 건설됐다. 나머지 안주∼신의주의 177km 구간은 왕복 2차로 폭의 비포장도로다. 자동차로 약 6시간이 걸린다.

중국 교통운수부 국제합작사는 지난해와 올해 조사팀을 수차례 북한에 파견해 도로의 폭과 노변 지반 교량 배수로 등을 조사했다고 소식통들이 밝혔다.

북한 측은 중국 측에 안주∼신의주 구간에 현대식 고속도로를 신설하고 통행료를 징수해 자금을 회수하라고 제안했다. 또 광물자원 채굴권을 중국 측에 제공해 자금 일부를 보전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올해 4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국의 한 설계용역회사가 개성∼평양∼신의주 총연장 387.1km의 왕복 6차로 고속도로 설계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1992년 완공한 평양∼향산 고속도로는 안주 부근에서 막혀 있다. 평양에서 신의주 방향으로 향하는 왕복 4차로의 이 도로는 이곳에서 오른쪽 방향인 향산으로 연결돼 있다. 이곳에서 신의주까지 약 177km 구간은 낙후된 비포장도로다. 한국교통연구원 제공
북한이 1992년 완공한 평양∼향산 고속도로는 안주 부근에서 막혀 있다. 평양에서 신의주 방향으로 향하는 왕복 4차로의 이 도로는 이곳에서 오른쪽 방향인 향산으로 연결돼 있다. 이곳에서 신의주까지 약 177km 구간은 낙후된 비포장도로다. 한국교통연구원 제공
하지만 중국 측은 완공 이후 예상 교통량으로는 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결론짓고 북한 측의 주장에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양국은 결국 현 도로를 보수해 포장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 소식통은 “일단 기존 도로를 보수해 통행량 증가를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중간 분리선이 없는 왕복 2차로 도로인 중국의 ‘2급 도로’ 수준으로 보수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양국은 2014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신압록강대교를 염두에 두고 논의해왔다. 한국교통연구원 안병민 북한동북아실장은 “현재 도로망으로는 신압록강대교가 완공되더라도 별다른 의미가 없기 때문에 도로망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기존 도로를 보수해 포장하는 시간만 해도 배수로 교량 터널 상태를 볼 때 4, 5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 당국은 북한판 ‘경부고속도로’에 해당하는 이 도로 건설을 통해 ‘경제 개선’을 향한 지도부의 의지를 보일 수 있다. 또 중국 자본으로 건설되면 황금평, 나선특구와 더불어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성을 드러낼 수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방중 등 북-중 간 특별한 이벤트가 벌어지면 이 도로 건설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장 부위원장은 15일 오후 랴오닝 성 선양(瀋陽)에 도착한 뒤 왕민(王珉) 랴오닝 성 서기와 회견하고 황금평·위화도 특구 공동 개발과 관련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6일 오후 항공편으로 베이징으로 돌아와 국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중국 측 인사와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위원장은 17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 수뇌부를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북한의 나선지구와 황금평·위화도 경제특구 개발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선단양(沈丹陽) 상무부 대변인은 2개 경제지역 건설작업이 기업들을 그 지역에 투자하도록 소개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북한#중국#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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