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남자이야기]<26>여자들의 승부 방식에서 배울 것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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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관찰을 통해 내린 결론. 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예를 들면, 일상의 패배와 좌절로부터 스스로를 지켜 내는 특별한 수단을, 여성은 갖고 있었다. 남자들처럼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떠안아 암덩어리로 키우기보다는,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모색해 온 결과라고 남자는 해석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여성에겐 ‘경쟁에 임하는 특유의 방식’이 엿보였다. 회사 여직원들이나 아내의 모임 이야기를 종합한 결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도 은근하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게 여자들 세계였다. 나이나 능력, 경험을 초월해 어느 누구와도 맞붙을 수 있다는 투지를 갖고 있었다.

능력과 서열에 익숙한 남자들 세상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갑과 을이 정해지고 나면 그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게 남자들이다.

여자들의 승부세계에는 굴하는 법이 없다. 불리해지더라도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자의 아내는, 친구가 넓은 아파트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오후 내내 표정이 좋지 않았다. 결국 저녁 무렵에 한마디하고는 평정을 되찾았다.

“좋은 데 살면 뭐해? 만날 치고받고 싸우는 주제에.”

남자는 아내의 특별한 수단이 놀라울 뿐이었다. 부러움 또는 패배감을 한마디의 말로 무력화할 수 있는 기술.

그런 능력을 가진 아내에게 부러움을 느꼈다. 여자들의 경쟁은 대개 자기 삶에 만족하며 아쉬운 것이 없는 쪽의 승리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한번 을이 되고 나면 끊임없이 시달리게 되는 남자들 세계에 비하면 얼마나 바람직한가.

여자들의 특별한 수단 가운데 백미는 패배를 무력화하는 차원을 넘어, 그것을 역이용해 다음 승부에 미리 쐐기를 박는 기술이다. 남자의 어머니가 그 수단을 보여 주었다.

“휴가 때 고향에 안 내려오게 해 줬으니까, 명절 때는 일찍 내려오라고 하시네.”

아내가 전화를 끊으면서 웃었다. ‘숟가락만 놓고는 상 차렸다고 우기기’랄까? 휴가비용이 부담돼 집에서 쉰 것이, 어머니가 특별히 ‘허락해 준 것’으로 바뀐 셈이다.

남자는 ‘남성의 평균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이유는, 모계로만 유전되는 DNA의 돌연변이 때문’이라는 기사를 발견하고는 무릎을 쳤다. 그랬다. 여자들은 원 없이 경쟁하면서도 좀체 주도권을 넘겨주는 법이 없으니까.

남자는 회사에서 상사에게 모욕을 당하다가 아내의 특별한 수단을 떠올렸다. 상사는 기러기 아빠 노릇을 하느라 여러모로 힘들어 보였다. 그에 비하면 자신은 얼마나 행복한지.

그렇게 생각해 보니까, 수명이 적어도 일주일은 늘어난 것 같았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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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상복의 남자 이야기#남자#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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