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파행]文, 연이틀 일방 승리… 흥행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7일 03시 00분


문재인 제주-울산서 과반… “중립 의문” 이해찬에 화살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순회경선 첫 지역인 제주에서 문재인 의원이 60%에 가까운 득표로 압승하면서 경선 흥행에 비상이 걸렸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선 과정을 통해 2002년과 같은 역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해 국민적 관심을 모으려던 흥행 전략이 첫날부터 빗나간 것이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후보가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순회경선이 계속될 경우 맥 빠지는 경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 의원이 25일 제주에서 얻은 득표율 59.81%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및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순회경선 당시 첫 지역 제주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의 득표율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2002년 경선 때 한화갑 후보는 제주에서 예상을 깨고 26.1%의 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당시 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였던 이인제 후보는 25.6%로 2위에 그쳤고, 3위인 노무현 후보는 18.6%였다. ‘이인제 대세론’이 꺾이면서 다음 경선지에서 ‘역전 드라마’가 만들어질 토대가 마련됐다.

2007년 당시에는 정동영 후보가 제주에서 32.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지만, 손학규 후보가 30.1%로 바짝 추격하는 양상을 보여 경선의 긴장감이 유지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2002년과 2007년의 경험을 토대로 순회경선에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제주 경선에선 문 의원의 압도적인 우세를 확인하는 데 그쳤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투표 시스템 오류로 당내 분란까지 생기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당 관계자는 26일 “이변이 나와도 부족한 상황인데 경선이 초반부터 문 의원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가고 있다”며 “‘박근혜의 모노드라마’라고 비판했던 새누리당 경선 결과를 공격하기도 민망한 상황이 됐다”고 걱정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해찬 대표가 중립을 유지하지 못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책임론도 나온다. 이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문 의원을 밀고 있다는 의혹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다른 후보들 진영에선 “선거관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민주통합당#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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