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희, 총선때 ‘부산의 물주’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9일 03시 00분


체포동의안에 혐의 ‘빼곡’… 손수조 운동원 일당 주고 지역구 17곳에 떡 돌리기도

현영희 의원
현영희 의원
“손수조 후보의 전화 선거운동원 일당 및 유니폼 비용 제공.”

“부산 지역 17개 후보 캠프와 부산시당에 영양떡 제공.”

“이정현, 현경대 후보에 대한 정치후원금 차명 제공.”

새누리당 공천 뒷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무소속 현영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다음 날인 28일 원내 관계자들 사이에선 “현 의원은 새누리당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니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체포동의안에 첨부된 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의 ‘범죄사실’이 너무도 다양할 뿐 아니라 선거과정에서 현 의원의 도움을 받은 새누리당 의원이 한두 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국회로 넘긴 구속영장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현 의원은 올 1월부터 교회나 사찰을 돌아다니며 사실상의 4·11총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부산 동구에 있는 여러 절의 스님들을 만나 자신을 부산 중-동구 예비후보자로 소개한 뒤 지지를 부탁하면서 시주금을 건넸다는 것. 현 의원은 1∼2월에 모두 11개 교회와 사찰에 90만 원과 자신의 책 5권, 귤 상자를 제공했다.

비례대표 후보 23번이 확정(3월 21일)된 뒤 현 의원은 본격적으로 다른 후보에 대한 ‘도우미’ 역할에 나섰다. 같은 달 29∼31일 부산지역 18개 지역구 중 자신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공천을 받는 데 실패했던 부산 중-동구 한 지역구를 빼놓고 전 지역구 후보 캠프에 7만 원 상당의 영양떡을 두 되씩 돌렸다.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부산 사상 손수조 후보 돕기도 이때 시작됐다. 현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된 3월 29일부터 선거 직전인 4월 10일까지 매일 한두 명의 자원봉사자(총 17명)에게 각각 일당 5만 원씩을 주고 손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전화 선거운동을 하게 했다.

▼ 與, 현영희 체포안 가결 방침… 민주에도 압박 ▼

공식 선거운동기간 13일 내내 현 의원의 돈을 받은 운동원이 손 후보 캠프에 상주한 것이다. 특히 손 후보의 선거사무장인 이모 씨는 유니폼 대금을 지원해 달라고 현 의원 측에 부탁해 50만 원을 받기도 했다.

선거일이 임박한 4월 6일 박 비대위원장이 7년 만의 ‘1박 2일 유세’에 나섰을 때도 현 의원의 돈이 지원됐다. 박 위원장을 따라온 국회의원 4명과 32명의 취재진이 횟집에서 먹은 음식값 82만 원도 현 의원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당 관계자는 “현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 순번이 확정된 뒤 여러 새누리당 후보를 도운 행위는 곧 비례대표 득표 활동도 된다”면서 “결국 아슬아슬한 자신의 순번이 당선권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한 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공천 뒷돈 의혹을 가장 앞세웠다. 현 의원이 3월 초순경 공천위원을 상대로 청탁을 하는 등 공천을 위해 힘 써달라는 부탁을 하며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 조기문 씨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공천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의 이름은 적시하지 않았다. 이 밖에 남편 회사의 직원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한 것과 법정한도액을 초과해 선거사무장 수당을 지급한 것 등 ‘백화점 수준’의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새누리당은 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당론에 준하는 수준으로 가결시킬 방침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기로 했던 공약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며 “민주통합당도 이 공약을 했기 때문에 확실하게 이행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현영희#부산 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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