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공천 뒷돈 제공 의혹을 수사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인터넷방송국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 씨가 공천 희망자들에게 받은 돈의 일부를 1월 치러진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쓴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양 씨는 당시 박지원 원내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되도록 돕기 위해 시민선거인단을 모집하는 데 이 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가 4월 총선 때 공천 청탁을 하기 위해 박 원내대표를 도왔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양 씨는 함께 구속된 이양호 씨(서울 강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게서 지난해 말∼올해 1월 현금으로 6억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명시적으로 공천 청탁 얘기가 오갔는지는 불분명하다. 이어 양 씨는 올 2월경 이 씨에게서 공천 청탁 명목으로 17억 원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6억2000만 원은 이미 1월에 받은 돈으로 갈음하고 8억 원도 기존에 이 씨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것으로 갈음했으며 추가로 2억8000만 원만 계좌로 송금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 씨가 현금으로 받은 6억2000만 원을 박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시민선거인단 모집 비용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양 씨로부터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선거인단은 올 1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초로 도입됐다. 국민 여론을 반영하기 위해 시민선거인단의 모바일투표와 현장투표 결과를 합산해 당 대표를 선출했다. 각 후보 진영은 조직력을 동원해 선거인단을 모집했는데 양 씨가 이 씨에게 미리 받은 공천 뒷돈을 조직 모집과 운영에 썼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직은 경선 이후에도 정치세력을 형성하며 유지되는데, 검찰은 양 씨가 이규섭 씨(하나세무법인 대표)나 정일수 씨(부산지역 시행업체 대표)에게서 2월경 계좌로 송금 받은 30억 원도 이 조직을 관리하는 데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박 원내대표와 양 씨가 주고받은 수천 통의 문자와 전화가 시민선거인단 모집과 운영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었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양 씨는 최근 검찰조사에서 “라디오21의 투자금으로 받았다”는 기존 진술을 뒤집고 “공천과 관련해 돈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돈이 공천에 힘을 미칠 수 있을 만한 누군가에게 전달됐거나 우회적인 방법으로 당 관련 행사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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