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단원을 모집한다기에 갔다가 보르네오 섬으로 끌려갔다. 48명의 소녀 중 절반은 극장이나 식당으로,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교외의 어떤 집으로 갔다. 거기서 신체검사를 하던 군의관에게 먼저 성폭행을 당했다. 그때 나이 13세. ‘모모에’라는 이름으로 위안소의 11호실에 넣어졌고, 일본 패전까지 3년 남짓 하루에 10∼15명의 일본군에게 계속 성폭행을 당했다. 15세 때는 임신 5개월 상태에서 마취도 없이 중절수술을 당했다.”(인도네시아 마르디엠 씨)
일본 정치인들이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한 증거가 없다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역사자료와 증언들은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지역 여성을 성폭행하고 위안부로 삼은 국제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은 침공하는 국가마다 위안소를 설치하고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자료는 피해국뿐 아니라 양심적인 일본 지식인에 의해서도 꾸준히 축적돼 왔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정재정)은 일본의 여성인권단체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WAM)’과 협약을 맺고 WAM이 수집한 약 3000건의 문건과 서적, 증언록 등을 바탕으로 2010년 8월 ‘일본군 위안소 웹 지도’를 작성했다. WAM은 일본 여성운동가 고 마쓰이 야요리(松井耶依)의 뜻을 이어받아 2005년 8월 도쿄에서 발족한 단체다.
위안소 웹 지도에 따르면 일본군이 위안소를 설치한 국가는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미국 한국 등 22개국에 이른다. 지도에는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 1245건, 일본 군인들의 직·간접 증언 1231건, 공문서 702건, 목격담 등이 상세히 수록돼 있다.
위안부와 위안소의 정확한 수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아 최대 피해국인 한국은 일제 36년 동안 약 20만 명이 위안부로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태지역 각국 위안부 피해자의 생생한 증언은 한국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과 비슷하다. 일자리를 주겠다고 속이거나 강제로 끌고 갔다. 10대 소녀이든 신혼의 새댁이든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구타와 성병, 임신 등으로 고통을 겪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죽음을 당했다. 일본군은 중국에서 대규모 부대에 설치하는 위안소와 별개로 소규모 분대가 중국 여성을 납치 및 감금해 성폭행하는 이른바 ‘강간소’도 운영했다. 런민(人民)일보는 지난달 중국 내 위안부가 약 20만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위안소 웹 지도 제작 업무를 맡았던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위안소 웹 지도를 보면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및 태평양의 20여 개국이 피해를 본 국제범죄라는 것이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최근에 있었던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비뚤어진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중국 홍콩 언론도 비판에 나섰다. 홍콩 원후이(文匯)보는 30일 칼럼을 통해 “일본이 정상 국가가 되고 싶으면 반드시 정상적인 언행을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침략자라는 추악한 이미지를 씻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29일 관영 신화(新華)통신도 “일본이 한국인 위안부를 죽은 후까지 욕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곳곳에 널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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