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최전방 군부대 활보… 김정일보다 ‘공격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1일 07시 12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통치원년' 최전방 군부대 시찰방식은 언뜻 보기에는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연상케 하지만, 그 시점이나 시찰부대 등을 자세히 보면 오히려 김정일 위원장보다 더욱 과감하고 공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북한 최고 권력을 승계한 김정일 위원장이 처음으로 최전방 부대를 찾은 것은 1995년 2월5일. 김 주석이 사망한지 7개월쯤 지난 시점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최전방의 여성 해안포병중대를 첫 전방부대 시찰 장소로 선택했다. 또 같은 해 9월13일에는 휴전선 비무장지대와 접한 893부대를 시찰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본격적인 전방시찰에 나선 것은 통치 2년째 되는 해였다.

1996년 2월27일 '351고지'가 있는 동부전선 군부대를 찾았고 이틀 후에는 역시 동부전선에 있는 제436비행 군부대를 시찰했다. 3월18일에는 서부전선 최전방의 대덕산 초소를 찾았다.

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올해 최전방 지역을 처음 찾은 것은 지난 2월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월26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연평도를 포격한 부대로 알려진 제4군단 사령부 예하 군부대들을 시찰했다고 전했다. 부친이 사망한 지 불과 2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이었다.

그의 본격적인 전방부대 시찰시기도 부친과 비교해볼 때 훨씬 빠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부친 사망 후 8개월이 지난 이달 17일 서부전선 최남단에 있는 장재도·무도 방어대를 시찰한 것을 시작으로 동부전선 여성 해안포중대(24일·이하 보도날짜 기준), 제313대연합부대 지휘부(28일), 제318부대(29일) 등 잇따라 최전방 전선을 찾았다.

그의 전방시찰 방식과 내용도 과거 김정일 위원장과 비교해 더욱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 평가다.

17일 찾은 장재도·무도방어대는 우리 군 사격권 안에 있는 지역으로, 김 제1위원장은 이곳을 측근만 대동한 채 비무장 목선을 타고 도착하는 매우 파격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1996년 초 남측초소에서 1000여m 떨어진 '351고지'를 찾은 적이 있지만, 과감성에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전방부대 시찰과정에서 수차례 '연평도 불바다' '섬멸적 반타격' 등 대남 강경발언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역시 김정일 위원장의 초기 전방부대 시찰에서는 좀체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다.

김 제1위원장이 전방부대 시찰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김 제1위원장이 현재 상당히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해있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갑작스러운 리더십 교체로 체제가 동요하는 상황에서 남한의 군사훈련 등에 대한 위기의식을 부각하고 영도자가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체제를 단속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이영호 총참모장 해임 등으로 불만이 고조된 군에 대한 '사기진작' 차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문제연구센터 소장은 "리영호가 숙청돼 군의 불만이 높아지니까 이를 잠재우고 군부 사기를 높이는 차원에서 잇따른 전방부대 시찰이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고 지도자가 통치 초기에 위험한 최전방 지역을 찾아 이를 '치적'으로 부각하는 점에서는 역시 김정일-김정은 부자가 '닮은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매체들은 김 제1위원장이 목선을 타고 최전방 섬을 찾고 폭우 속에서 동부전선을 시찰한 소식을 연일 부각하며 "1000만 군민을 무한히 감동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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