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972년 유신체제에 대해 기존과 다른 의견을 내놓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후보의 경선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의 “유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력 연장보다 수출 100억 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였다”는 유신 옹호 발언이 논란을 키우면서 박 후보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3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에 참석한 상당수 인사는 홍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 효과를 한 번에 다 까먹었다”며 비판했다.
친이(친이명박) 직계로 분류돼온 조해진 의원은 “경공업은 민주주의에서, 중공업은 독재권력하에서만 가능하다는 말이냐”며 “유신 자체가 쿠데타고 정치적 암흑기였다. 박 후보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을 정리해 얘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 진영도 홍 전 의원 비판에 가세했다. 당내 정치쇄신특위 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유신 때 긴급조치를 통해 많은 사람이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홍 전 의원의 발언은) 엉뚱하고 실언 가운데 심한 실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헌법적 가치인 유신을 수출 같은 경제 어젠다로 옹호하는 것은 와 닿지 않는다”며 “정수장학회, 인혁당 사건, 장준하 선생 의문사에 대해 박 후보의 인식을 드러내야 한다. 박 후보가 자신 있게 대답해야 2030세대가 호응한다”고 말했다.
진보진영 시민사회의 원로인 함세웅 신부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박정희)의 군사독재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박 후보의 한계”라며 “박 후보는 5년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유신독재의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연찬회에는 전체 참석 대상 265명 중 240여 명이 참석했으나 당내 대표적 비박(비박근혜) 인사인 정몽준 이재오 의원은 불참했다.
당 안팎에서 ‘유신 논쟁’이 뜨거워지면서 박 후보도 유신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2007년 7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 검증청문회에서 “유신은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1989년 1월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는 “김일성이 전쟁을 일으키기 전 자주국방을 이뤄야 하는 절체절명의 긴박한 시점에서 유신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연찬회에서 참석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애썼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커피를 따라주며 “인스턴트커피보다 나을 것”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빗대) 새누리당 스타일이에요” “저녁에 못 주무시는 거 책임 못 져요” 등 특유의 ‘썰렁 유머’를 건넸다. 박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이번엔 반드시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희망을 드리겠다”며 “마지막 제 정치일정에서 그것을 이루려고 제 모든 걸 바치려고 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우리가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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