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여성 고위인사가 바지를 입은 모습은 거의 보기 어려웠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장시찰 사진을 보면 동행한 여성 간부든 현장에서 영접하는 여성 간부든 모두 치마를 입은 단정한 옷차림이었다.
다만 오랜 지병으로 건강이 매우 안 좋은 것으로 알려진 김경희 노동당 비서는 검은색이나 국방색 바지를 입고 김정일 위원장이나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 활동에 동행한 적이 많았다.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비서는 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편한 복장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현장 시찰에 동행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로 66세인 김경희와는 달리 20대에 불과한 이설주가 바지를 입고 활보하는 모습은 그동안 여성들의 '패션 자유'에 인색했던 북한 당국의 관행에 비춰봤을 때 매우 이례적이다.
과거 북한은 여성들이 바지를 입지 못하게 통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평양시에서는 여성들이 바지를 입으면 당국이 심하게 단속을 했다고 다수의 탈북자가 증언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 당국의 '여성정책'에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은 북한 여성들이 바지를 입는 것에 대해 아무런 제제가 없다고 전한 바 있다. 평양에 지국을 둔 이타르타스 통신은 조선중앙통신사 관계자를 인용해 젊은 북한 여성들이 현재 양장점에서 맞추거나 시장이나 상점에서 구입한 편한 면바지를 입고 다닌다고 소개했다.
평양 출신의 탈북자 임선화(가명) 씨는 "북한 여성을 대표하는 이설주가 공개적으로 바지를 입었다면 앞으로 북한 당국은 평양 여성들이 바지를 입는 것을 단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민들이 최고지도자의 패션을 모방하는 북한 특성상 북한 여성들은 이설주의 의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오전 김 제1위원장의 대동강타일공장 방문 소식을 전할 당시 밝힌 수행자 명단에는 이설주의 이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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