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공천 뒷돈 제공 의혹을 수사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 씨(사진)가 받은 공천 뒷돈 일부가 민주당 1월 경선 외에 6월 경선에도 쓰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검찰은 양 씨가 1월 경선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를 지지하기 위해 만든 시민선거인단 모집 조직을 6월 경선에서는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지원하는 데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 6월 경선에는 친노 진영 지원
정치권에 따르면 양 씨는 3월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공천 확정 이후로 박 원내대표와 멀어졌다. 박 원내대표 측은 “양 씨가 한 지역의 총선 후보자에 대한 지지 요청을 계속했고 박 원내대표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문자에 답변하지 않자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밝혔다. 양 씨는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박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글을 쏟아냈다.
이후 양 씨는 1월 경선 때 박 원내대표를 지지하기 위해 만든 시민선거인단 모집 조직을 동원해 6월 경선에서 원래 친분이 있던 친노 진영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수감 중인 이규섭 하나세무법인 대표와 정일수 씨(부산지역 시행업체 대표)에게 송금받은 30억 원의 일부가 이 조직을 유지 관리하는 데 들어갔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공천 뒷돈의 일부가 친노 진영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문자를 발송하는 데도 쓰였다고 보고 있다.
6월 민주당 경선에서 친노 진영의 유일 후보였던 이해찬 후보는 6만7658표를 얻어 당 대표로 선출됐다. 당시 이 후보는 지역순회 경선에서 김한길 후보에게 지다가 모바일 투표 덕분에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양 씨는 5월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찬 당 대표가 정답이다”, 6월 9일에는 “이해찬 당 대표는 민심을 지나 천심의 결과다”라는 글을 연이어 올렸다. 양 씨는 라디오21 직원들을 본인 동의 없이 ‘국민의 명령’ 정책대의원으로 올려 이 후보에게 투표하게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양 씨가 공천 뒷돈의 일부를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 등 친노 인사 여러 명에게 보낸 것이 6월 경선에 대비하기 위한 용도였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가 양 씨의 지원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또 이 씨 등이 3월 비례대표 공천에서 떨어져 이 대표는 이 돈이 공천 뒷돈의 일부라는 사실을 몰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1차 금융자료 확보…차명 여부 조사
검찰은 양 씨가 공천 뒷돈을 받은 문화네트워크 계좌에서 전국으로 송금한 계좌들에 대한 1차 자료를 대부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다음 주부터 일부 계좌 주인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각각의 계좌에서 돈이 움직인 거래명세를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이두식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양 씨로부터 돈이 건너간 1차 계좌에 대한 추적을 완료했고 다시 이들 계좌에서 송금된 2차 계좌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양 씨가 계좌 일부를 계좌주의 이름만 빌려 사용한 것인지도 수사하고 있다. 특히 일부 거래명세가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실제로 돈이 전달됐는지, 혹은 양 씨나 제3자가 위·변조한 것인지도 확인 중이다.
한편 검찰은 돈 제공자들이 2월 9일 박 원내대표 명의로 받은 “박지원이 밀겠습니다. (비례대표) 12, 14번 확정하겠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는 양 씨가 직접 자신의 휴대전화로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 씨는 자기 휴대전화의 발신번호를 박 대표 번호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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