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한일 간 영토와 과거사 갈등 사태로 인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 일본과의 군사교류에 제동을 걸었다. 2일 군 당국에 따르면 우정규 공군 남부전투사령관(소장)은 3∼6일 일본을 방문해 항공자위대 관계자와 양국 지휘관의 교류활동을 할 예정이었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정호섭 해군교육사령관(중장)도 3일 일본을 찾아 해상자위대 관계자와 양국 군사교육 교류문제를 협의할 계획이었지만 취소됐다.
이달 18일로 예정된 일본 항공자위대의 지휘막료 과정(고급간부 양성과정) 학생들의 방한과 해군 1함대사령관의 방일 행사도 연기 또는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군 고위 당국자는 2일 “국민의 대일감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일본과 군사교류를 강행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면서도 “일부 행사의 일정을 조정하는 차원이지 군사교류의 전면중단 사태로 비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독도 갈등이 일본의 국제사법재판소(ICJ) 단독 제소 등으로 격화될 경우 한일 군사교류가 ‘올스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2001년 일본 역사교과서의 왜곡 수정 거부 당시 국방부는 합참의장의 일본 방문계획을 취소하고, 일본 함정의 입항을 불허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은 7일부터 3박 4일간 해군 1함대 주관으로 독도방어훈련을 예정대로 하기로 했다. 훈련은 3200t급 한국형 구축함과 1800t급 호위함, 잠수함, 해상초계기, F-15K 전투기, 3000t급 해경 경비함 등이 참가해 독도에 불법으로 접근하는 가상선박을 퇴치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해병 1사단 소속 해병대원들이 헬기를 타고 독도에 상륙하는 훈련도 진행한다. 군 당국은 당초 지난달 중순에 훈련을 하려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에 집중하기 위해 이달 초로 훈련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3주 넘게 계속돼온 한일 ‘외교전’은 지난주 정부가 독도 문제의 ICJ행을 거부하는 구술서(외교문서)를 일본 정부에 전달한 후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일본에서도 ‘확전’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에 이뤄진 고위급 접촉에서 한일 외교 당국자들은 양국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소통에는 문제가 없도록 해나가자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이날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흘간의 북-일 회담 경과를 설명하고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스기야마 국장은 북핵 문제와 함께 독도와 과거사 문제도 함께 다루는 이 분야의 실무 책임자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일본이 영토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무슨 조치를 더 취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큰 틀에서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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