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황에… 밥값만 챙긴 19대국회, 의원 세비 16% 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작년보다 1인 2039만원 인상… 특권 내려놓겠다는 약속 무색

국회가 국민 몰래 올해 의원들의 세비를 지난해보다 16%나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주요국의 국회가 경기 침체를 이유로 세비를 삭감하거나 동결한 것과는 딴판이다.

세비 인상 사실은 4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양심고백’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19대 국회의원의 세비가 18대 때보다 20%가량 올랐다”며 “의원의 생산성도 20% 올라가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 때 대충 하다 보면 분명히 (세비를) 반납하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올해 의원 1인당 세비는 특별활동비(회의에 참석하면 주는 수당)를 모두 포함해 1억4737만 원이다. 지난해(1억2698만 원)와 비교해 16%, 2010년(1억1844만 원)과 비교해 24% 인상됐다. 특히 매달 지급되는 입법활동비가 2010년 180만 원에서 지난해 12월 313만6000원으로 74%나 뛰었다. 일반 공무원의 보수인상률에 맞춰 일반 수당도 2011년 5.1%, 2012년 3.5% 각각 올랐다.

세비를 제멋대로 인상할 수 있는 것은 세비 책정이 여야 원내대표 간 협의를 거쳐 국회의장의 결재만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상임위원회나 본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으니 국민은 알 길이 없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입법활동비를 대폭 올린 것은 의원들이 장관의 수당인 월정직책급의 수준과 맞춰 달라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새누리당은 정치 쇄신에 단호하며 외부의 손을 빌려서라도 폐부를 드러내는 고통스러운 쇄신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특권을 내려놓겠다면서 뒤로는 세비 인상에 담합하는 대한민국 국회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황 대표의 연설은 공허해졌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국회의원#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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