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선거’를 더 깜깜하게 만드는 근본 이유 중 하나는 돈이다. 국회의원이 소속된 정당이 대선에서 후보를 내면 정부로부터 막대한 선거보조금을 지원받는다.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 많지 않은 한국 정당의 처지에서 핵심 수입원인 보조금을 포기하기 힘들다. 여러 세력이 합종연횡을 하는 데 있어 보조금 지급 시기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후보 등록(11월 25, 26일)이 끝난 이틀 뒤인 11월 28일 각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한다. 후보를 내지 못한 정당에는 선거보조금이 없다. 후보 단일화가 대선(12월 19일)을 코앞에 둔 12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정당을 지원하면서 오히려 선거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정책선거를 방해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계산이 가장 복잡한 정당은 민주통합당이다.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내면 150억 원가량의 선거보조금을 받는다. 1년 치 경상보조금과 같은 금액이다. 그만큼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면 ‘불임정당’이란 오명도 문제지만 막대한 재정적 타격을 입게 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쉽지 않은 이유다. 현재 야권 후보로는 지지율이 가장 앞선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은 채 후보 단일화 경선에 나선다면 민주당으로선 그 시기를 대선 후보 등록 이후로 늦춰야 한다. 선거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은 후보가 중도에 사퇴해도 보조금을 토해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분당을 눈앞에 둔 통합진보당에서 구당권파가 버티는 데도 ‘돈의 정치학’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진당 내 신당권파 의원 7명이 탈당해 신당을 만들더라도 소속 의원이 6명인 구당권파의 재정적 손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5명 이상, 20명 미만인 정당은 전체 보조금의 최소 5%를 지원받는다. 전체 의원이 13명이든, 6명이든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보조금 지급 시 4·11총선 득표율을 반영하는데 신당권파가 탈당하더라도 구당권파가 보조금을 받을 때 적용받는 득표율은 달라지지 않는다.
선관위 추산 결과 분당 이후 통진당 구당권파가 대선후보를 내면 25억여 원을 지원받는다. 분당이 되지 않을 때 지원받는 선거보조금(28억여 원)과 비교해 3억 원 정도만 주는 셈이다. 현재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는 구당권파를 대표해 대선 출마를 고민 중이다. 신당권파도 대선후보를 내면 20억 원가량을 지원받는다.
가장 타격을 입은 정당은 선진통일당이다. 지난달 30일 이명수 의원이 선진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의원 수가 4명이 된 선진당은 보조금이 절반 이상 줄어들게 됐다. 의원 수가 5명인 상황에서 대선후보를 냈다면 선진당은 21억여 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선진당이 지원받을 수 있는 선거보조금은 10억 원가량이다. 정치권에서 “이 의원의 몸값이 10억 원이 넘는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가뜩이나 각 정당의 선거 일정이 늦어진 상황에서 보조금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2012년 대선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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