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대학생 등록금과 만 0∼5세 양육수당의 지원 확대 방안을 놓고 견해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한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총선 때 내놨던 관련 공약들이 금세 실현될 것처럼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할 정부는 “신중히 결정할 사안들”이라며 여전히 확답을 피하고 있다.
아직까진 ‘동상이몽(同床異夢)’ 상태지만 정치권 및 정부 내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여당의 요구를 끝까지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정은 5일 국회에서 열린 3차 예산 당정협의에서 대학생 등록금 및 0∼5세 양육수당 지원 문제를 논의했지만 가장 중요한 지원규모 부문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대학등록금 지원과 양육수당 전 계층 확대, 희망사다리 장학금 제도에 대해 정부가 취지엔 공감하지만 규모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4월 총선에서 국가장학금을 3조 원으로 늘리고 0∼5세 자녀를 가진 모든 부모에게 양육수당을 지원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는 이달 2일 청와대 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문제에 적극 나서 달라고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당정협의에서 정부는 국가장학금을 늘리면 재정 부담이 커진다고 우려하며 ‘점진적 지원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이미) 1조7500억 원을 투입해 등록금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 드렸다”면서 “정부 재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양육수당 지원계층을 늘리는 방안에 대한 정부의 반대는 더 완강하다. 0∼2세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소득 하위 70% 계층까지 지원할 계획이 있지만, 3∼5세에 대해선 지원해선 안 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재정부 당국자는 “돈 문제를 떠나 3세 이상 아동은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녀야 교육적으로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양육수당을 3∼5세에게 지급할 경우 저소득층이 수당을 받으려고 아이를 시설에 보내는 대신 집에 머물게 하는 사례가 늘면서 시설에 다니는 다른 아이들과 ‘발달의 격차’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여당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 대선후보가 대통령과 독대해 요구한 공약을 정부가 무시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당의 요구안을 내년 예산안에 전혀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당이 연말 예산심의 때 무리하게 관련 내용을 끼워 넣을 경우 ‘제2의 무상보육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차라리 선제적으로 여당의 요구를 반영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가 이달 말 내놓는 내년 예산안에 어떤 식으로든 여당에 대한 ‘성의 표시’가 들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날 당정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태풍피해 복구, 성폭력범죄 예방을 위한 민생예산 등을 거론하며 추경 편성을 적극 요청했으나 정부는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정은 아동필수 예방접종 확대, 참전용사 보훈수당 인상, 사병 봉급 단계적 인상 등에는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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