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부정경선 문제로 파국으로 치닫던 통합진보당은 7일 분당 첫걸음을 뗀 순간까지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날 서기호 박원석 정진후 김제남 의원 등 비례대표 의원 4명의 제명안을 최종 확정한 의원총회의 효력을 두고 신·구당권파 간 다툼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통진당은 강기갑 대표의 주재로 국회에서 의총을 열어 네 의원의 제명안을 표결해 소속 의원 13명 중 찬성 7표, 기권 3표로 통과시켰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제명 대상인 비례대표 의원 4명을 포함한 신당권파 7명. 구당권파 김선동 오병윤 이상규 의원은 의총에 참석했지만 기권했고, 부정경선 당사자인 이석기 김재연 의원과 김미희 의원은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당법에 따라 의원의 제명에는 재적 과반인 7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오후 2시부터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은 제명안 처리에 반발하는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1시간 넘게 격론을 벌이며 표결 처리에 진통을 겪었다. 김선동 오병윤 의원의 보좌관이 의원 요청을 이유로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것을 신당권파 당직자들이 막아서면서 고성도 오갔다. 신당권파는 5·12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같은 물리적 충돌의 재발을 우려해 국회 의사국 경위과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의총을 통해 제명을 확정하면서 신당권파는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와 ‘신당 창당’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하지만 이들의 ‘셀프 제명’에 대해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구당권파는 의총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구당권파 오병윤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은 원내대표가 소집해서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현역 의원이 아니어서 의총의 성원이 될 수 없는 강 대표가 회의를 소집, 주재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구당권파는 독자적으로 긴급 의총을 열어 오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신당권파 이정미 대변인은 “통진당 당헌은 원내대표가 없는 조건에서 당 대표가 주요 회의를 소집하고 주재할 권한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며 “제명 의총은 모든 합법적 절차를 거쳤다”고 맞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양측의 공방에 대해 “정당의 당헌·당규에 관한 해석은 해당 정당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구당권파 이상규 의원은 “불법 의총을 통한 ‘셀프 제명’은 법적 공방으로 갈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물과 소금을 끊는 단식을 5일째 이어온 강 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국회 본관에서 들것에 실려 나오는 강 대표와 우연히 마주친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강 대표 곁을 지키던 심상정 의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제명안이 처리된 직후 통진당은 강 대표 명의로 된 당적 변경 통지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했고 비례대표 의원 4명은 무소속이 됐다. 다른 신당권파 당원들도 조만간 조직적으로 탈당계를 제출하며 ‘질서 있는 퇴각’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과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은 탈당을 선언했다.
통진당 분당 사태가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의 완벽한 재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당권파인 NL(민족해방)계가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를 고집해 당내 갈등을 일으켰고 비당권파인 PD(민중민주)계가 탈당해 진보신당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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