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10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의 ‘쇄신’ 요구가 봇물을 이루는 등 당내 분위기가 심상찮다. 당내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10일 긴급 오찬모임을 열어 당 쇄신론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11일에는 소속 의원 39명의 요구로 긴급 의총이 열리는 등 긴박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9일 세종·대전·충남 경선에서 일부 후보 지지자들이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를 향해 날계란과 물병을 집어 던지고 경선장 안에 난입하는 모습은 어수선한 당내 혼란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를 의식한 듯 이해찬 대표는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10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 밖에서는 새누리당의 공세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등록하고 국고보조금을 받은 이후에 단일화를 명분으로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국고)보조금을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무소속 인사를 영입하는 등 단일화를 미리 공언함으로써 스스로 자당 후보를 예비후보로, 자당의 경선을 예비경선으로 격하시켰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팎에서 몰아치는 위기에 맞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당내 4선 이상 중진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모였다. 모임을 주재한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회동 후 “당 지도부는 당원과 국민에게 더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소통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통합과 쇄신을 위해서는 당 지도부의 성찰과 함께 각 계파도 기득권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사퇴론에 대해선 “거기까지 논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경선 후 당의 통합을 위한 포스트 경선 전략 움직임도 구체화될 조짐이다.
당 지도부의 핵심 관계자는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당 운영의 전권을 후보에게 넘기고 후보 중심의 단합과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선후보 선대위는 탈계파는 물론이고 참신한 이미지의 새 피까지 수혈하는 혁신적 탕평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강기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두관 후보가 제안한 대로 네 후보와 당대표가 만나는 4+1 만남을 당장 성사시켜 단합과 쇄신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대선을 염두에 둔 당 이미지 변화도 모색되고 있다. 민주당은 녹색과 노란색을 결합한 당의 대표색을 변경하는 것과 함께 당의 로고 등 이미지(CI)를 새로 정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대구·경북 지역 TV 토론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1, 2위인 문재인 후보와 손학규 후보는 서로의 아픈 점을 건드리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손 후보는 문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처럼 유체이탈 화법을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손 후보는 “단결하라고 하면서 ‘불합리한 제도, 잘못된 경선 제도를 받아들여라’, ‘룰 만들어지지 않았느냐’ 하는 것은 마치 총화 단결, 유신 때 구호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손 후보가 대표로 있을 때 천정배 위원장이 맡았던 정치쇄신특위에서 국민경선과 모바일투표가 만들어졌다”며 비문 후보 측에서 제기하는 모바일투표 책임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주당은 12일 대구·경북 지역에 이어 15, 16일 선거인단의 절반이 몰려 있는 경기, 서울 지역 경선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누적 득표율 50.4%로 과반을 확보한 문 후보가 수도권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결선 투표 없이 16일 민주당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