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원심 판결, 재심서 바로잡은 것”

법조계, 朴발언 비판

“(인혁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발언을 두고 사법부 일선 법관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잘못된 당초 판결과 오판(誤判)을 인정하고 바로잡은 재심(再審) 판결을 같은 비교선상에 두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11일 “인혁당 사건은 1975년 당시 대법원이 판결을 잘못했기 때문에 사법부가 이를 반성하고 재심 절차를 거쳐 바로잡은 것”이라며 “원심과 재심이 대등한 권위로 남아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의 중견 법관도 “인혁당 사건은 국가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한 사건”이라며 “박 후보 발언은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고위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혁당 사건은 형 확정 하루 만에 사형이 집행된 사건으로, 정상적인 법체계를 갖춘 나라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며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고 한 말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