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표방하며 中에 잇단 견제구… 美속셈은 동북아 헤게모니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요즘 미국 워싱턴의 수많은 싱크탱크에 ‘저팬 리바이벌’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2주일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국외교협회(CFR) 등 유수의 싱크탱크는 대대적으로 일본과 관련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는 미국과 일본의 외교, 군사, 경제 동맹에 관한 것이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중국에 가려 찬밥 신세였던 일본이 워싱턴 정책전문가들의 인기 주제로 급부상한 것은 중-일 영토분쟁이 불붙으면서부터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뿌리 깊은 경계심과 일본의 전방위 대미 로비전이 접점을 찾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중-일 갈등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이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분쟁의 시계추가 왔다 갔다 하는 형국이라는 점에서다. 어니스트 보어 CSIS 동아시아 국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지난해 미국이 아시아 중심 전략을 선언하면서 잠재됐던 중-일 갈등 기류에 불을 붙인 격”이라며 “미국은 중립적 입장을 표방하고 중재에 나서면서도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과의 군사동맹 관계를 확인하는 다층적 외교 시그널을 보내는 ‘이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이 각축을 벌이는 주요 2개국(G2) 시대에도 동북아시아 지역의 헤게모니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지만큼은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와 롬니는 외교정책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21세기 미국의 시대는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 쇠퇴론’을 부정하는 데 정확하게 의견이 일치한다.

중-일 간의 갈등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미일 안전보장조약’ 발언을 한 것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동안 중국과의 타협과 대화를 중시했던 오바마 행정부가 상당히 강도 높은 일본 편들기에 나선 것. 물론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제스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어 국장은 “중-일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조정자 역할에 더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연일 ‘중국 때리기’ 발언을 쏟아내는 롬니가 당선되면 중-일 분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과 중국을 단순히 친구와 적의 이분법적 구도로 보지 말고 친구인 동시에 적이 될 수 있다는 ‘프레너미(frenemy)’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미국은 중-일 대결 구도에서 섣불리 입장을 취하지 말고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동북아#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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