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는 19일 야권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이 시점에서 단일화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잘라 말했다. 단일화 논의를 위해선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있어야 하고 국민이 그 결과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다소 추상적인 조건을 달았다.
단일화 방식과 시기, 민주통합당 입당 여부, 독자노선 등에 대한 질문이 다섯 차례 나왔지만 안 후보는 “양당(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제대로 된 개혁을 통해 민의를 받드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한다”는 원칙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정치공학에 해당하는 단일화 계획부터 내놓을 경우 기성 정치와 차별화하겠다는 출마 명분이 퇴색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단일화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안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으로 ‘안철수 안개’는 걷혔지만 야권의 최종 후보가 누가 될지 여전히 깜깜한 ‘단일화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권 교체를 위해선 단일화가 필수라며 사실상 담판을 통한 안 후보의 양보를 압박해온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안 후보가 말하는 정치 변화도 정권교체가 안 되면 소용이 없지 않으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여론조사의 대선후보 다자 대결에서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율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양측의 단일화 협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안 후보는 ‘단일화의 데드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시한을 못 박는 것도 아니고 지금 방법을 논하는 것도 이르다”고 말해 단일화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야권에선 안 후보가 한 달 동안 지지 기반을 확보한 뒤 10월 말∼11월 초 단일화 협상에 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는 그때까지 민주당이 안 후보가 요구한 혁신을 이뤄내는지다. 안 후보가 변화와 혁신을 조건으로 내세운 이상 인적 쇄신을 비롯해 민주당의 변화가 가시화되지 않는 한 단일화 협상에 응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여러 직업을 가졌었지만 중도에 그만둔 적은 없다”며 정치를 계속할 의지를 밝힌 만큼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일방적으로 양보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단일화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을 경우 안 후보가 끝까지 독자 노선을 고수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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