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후보가 19일 오후 3시 출마를 선언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은 오전부터 수백 명의 취재진과 ‘CS코리아’ ‘철수산악회’ 등 안 후보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 2시 50분경 무대 위에 있던 붉은색 커튼이 젖혀지면서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가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검은색 정장에 붉은 계열 넥타이 차림의 안 후보가 등장했다.
상기된 표정의 안 후보는 단상 앞에 좌우로 한 대씩 설치된 투명 프롬프터(자막 재생기)를 번갈아 쳐다보며 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안 후보가 “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자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안 후보는 15분가량 회견문을 읽은 뒤 25분간 취재진의 질문에 응했다. 회견장엔 청각장애인을 위해 안 후보의 발언을 수화로 옮기는 수화통역사가 배치됐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보수성향의 ‘활빈단’ 회원들이 ‘안철수는 안보관을 밝혀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다 안 후보 지지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소동도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정수행 능력에 의구심을 품는 분들도 있다. 함께할 사람은 어떤 분들인가.
“정치 경험이 없는 게 맞다. 과연 정치 경험이 많은 게 꼭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21세기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들, 정치개혁, 새로운 혁신, 혁신경제, 디지털 마인드, 수평적 마인드만이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여긴다. 비록 제가 직접적인 정치 경험은 부족하지만 IT(정보기술), 의학, 경영,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정치에 플러스가 되면 됐지 마이너스는 아닐 것이다. 같이할 분들은 지금 이 자리에도 참석했고 앞으로 기회를 봐서 예를 갖춰서 적절한 시기에 소개하겠다.”
―경제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고 있는가.
“현재 여러 위기나 풀리지 않는 많은 문제가 있다. 한 분야 전문가나 한 부처, 혹은 한 사람의 결정만으로는 풀 수 없다. 대부분 복합적 문제다.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융합적인 사고란 자기의 전문성을 갖고 세상 문제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문제를 중심에 두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고 어떤 방법과 어떤 정부부처 사람들이 필요한가를 모으는 접근방법이다. 그때 필요한 게 수평적 리더십과 디지털 마인드다. 제가 해온 일들이 그런 방면의 일이라 문제를 풀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공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대한민국 모든 정부가 공(功)과 과(過)가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은 계승하고 과는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공이라면 위에서 아래로의 권위주의 타파다.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본다. 재벌의 경제 집중, 빈부격차 심화가 굉장히 큰 과라고 생각한다.”
―대선 때까지의 일정은….
“지난 두 달 동안 비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그 이유가 첫째는 양대 정당에서 경선이 진행되는데 공개 행보를 하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제가 만약에 대통령직을 노리고 홍보효과를 누리려고 했다면 모든 일정을 공개했을 것이다. 둘째는 농촌, 실직자, 가장들을 찾아갈 때 공개 행보를 해서 수십, 수백 명의 기자가 둘러싼 가운데 얘기하면 그분들이 주눅 들어 얘기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공개로 만나니 진솔한 자기 얘기를 충분히 해줬다. 앞으로 행보는 공개로 하겠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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