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명실상부한 2인자였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두 번 지냈고 시민사회수석, 정무특보,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문 후보는 이때의 국정참여 경험을 자신의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국정에 참여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무난히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의 골을 깊게 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와 실정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노 정부 국정참여 경험이 대선에선 강점이 아닌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사회갈등 조정·중재 능력 의구심
문 후보는 민정수석 시절 인사검증, 공직기강 같은 민정수석 고유 업무 외에도 노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각종 사회적 이슈에 관여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용산미군기지 평택 이전, 부안 방폐장 터 선정, 천성산 터널공사, 화물연대 파업, 부산고속철 노선 변경, 보길도 댐 건설 등의 사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이들 사안은 하나같이 보수와 진보, 또는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극심한 갈등을 불렀지만 문 후보가 사회적 갈등을 무난하게 조정·중재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 노무현 정부가 ‘아마추어 정부’라는 비판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경남 양산 천성산 터널공사의 경우 2년 반 정도 공사가 중단되면서 6조 원 이상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문 후보는 당시 단식을 하며 터널공사를 결사반대하던 지율 스님을 여러 차례 만나 설득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진보진영 일각에선 문 후보의 정무적 판단력에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대북송금 특검 수용이 대표적이다. 2003년 한나라당이 대북송금 특검법안을 발의하자 청와대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자서전 ‘운명’에서 “검찰 수사로 갈 경우 수사를 제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당장 통제를 한다 하더라도 일단 검찰 손에 파일이 생기면 언제 폭탄이 돼 터질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며 특검 수용은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이었다고 해명했다.
진보진영에선 대북송금 특검이 남북관계를 훼손하고 호남 중심의 김대중(DJ)계와 영남 중심의 친노(친노무현)계가 갈라서는 단초가 됐다고 비판한다. 호남 출신의 한 중진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문 후보가 적극 조언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 대통령 친인척 관리 실패
문 후보는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를 담당하는 민정수석 시절 대통령의 형님과 대통령 부인 관리에 실패했다.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는 취임 첫해인 2003년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에게서 연임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또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로비 대가로 30억 원을 받은 사실이 2008년 드러나 1년 8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부터 문제가 불거진 노 씨를 조사하기 위해 봉하마을까지 직접 내려갔으나, 그 후에도 비리는 그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돈을 받아 쓴 게 드러난 것도 문 후보에게는 아픈 대목이다. 참여정부의 도덕성은 바닥으로 추락했고, 노 전 대통령은 결국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게 된다.
2003년 6월 양길승 제1부속실장은 살인교사 혐의로 수사를 받던 청주 나이트클럽 사장 등으로부터 수백만 원어치의 향응과 선물을 받은 게 드러나 사표를 냈다. 두 달 뒤에는 노 전 대통령의 고교동창으로 핵심 측근이었던 최도술 총무비서관이 SK 등 기업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옷을 벗었다. 문 후보가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노 정권 말기에는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게이트’가 터졌다.
○ 검증되지 않은 정치적 리더십
5년간의 국정참여 경험이 있지만 ‘정치인 문재인’으로서 현실정치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 말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로 야권통합 산파역을 맡으면서부터다.
4·11총선에서 문 후보는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로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정면 대결을 펼칠 기회를 잡았다. 박 후보가 전국을 누비며 총선을 진두지휘할 때 그는 자신의 활동반경을 ‘낙동강 벨트’에 국한시켰다. 자신의 당선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전국 곳곳의 민주당 후보들이 지원유세를 요청했지만, 그는 ‘안방’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이처럼 ‘낙동강 전투’에 다걸기(올인)했음에도 부산 2석, 경남 1석이란 초라한 성적에 그치자 정치권에선 그의 정치적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총선을 불과 10여 일 앞두고 터져 나온 ‘김용민 막말 파문’ 수습 과정에서 보인 판단 착오도 문 후보로선 뼈아픈 부분이다. 2004년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처럼 김용민 막말 파문이 선거 막판을 요동치게 하자 당내에선 “김용민 후보가 사퇴하고 당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문 후보는 오히려 한명숙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용민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김용민 발언으로 지방에선 하루에도 지지율이 몇 %씩 빠져나갔다”며 “김용민과 선을 긋고 빨리 털고 나갔어야 했는데 문 후보가 나꼼수 눈치를 보느라 전체 총선을 망쳤다”고 원망했다.
문 후보는 또 5월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 담합’ 의혹이 불거졌을 때 “담합이 아니라 단합”이라고 편들었다가 담합의 한 축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당내에선 그런 문 후보를 두고 “담합의 당사자로 등장할 뻔했다”(이낙연 의원), “단합과 담합도 구별하지 못한 채 무조건 두둔하고 나선 가벼운 처신”(장세환 의원)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검증팀
▽정치부=조수진 이남희 장원재 홍수영 손영일 기자 ▽사회부=윤희각 이성호 김성규 조건희 기자 ▽산업부=정효진 기자 [바로잡습니다]천성산 터널 공사 중단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보는 2012년 6월 25일자 A8면 ‘천문학적 비용손실-국론 분열 이제 그만’이라는 제목으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사업과 관련하여 지율 스님과 일부 환경단체의 반대로 공사가 네 차례에 걸쳐 484일간 중단되었고,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른 직접적인 손실비용이 2조5161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하였고, 2012년 9월 25일자 A5면 ‘[문재인 검증] 권력핵심 때 갈등조정 리더십 부족…‘아마추어 노정부’’라는 제목으로 ‘천성산 터널공사의 경우 2년 반 정도 공사가 중단되면서 6조 원 이상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천성산 터널 공사는 두 차례에 걸쳐 6개월간 중단됐고, 시공업체가 밝힌 직접적인 손실비용은 145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었기에 바로잡습니다. 한편 지율 스님은 “환경보호를 위한 문제 제기를 한 것인데 이를 국책사업 발목잡기라고 보도한 것은 부당하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자료를 근거로 하면 천성산 공사 중지에 의한 지연이자금 상당의 손해는 51억 원에 불과하다”고 밝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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