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유죄 확정, 교육감직 상실]혼란만 남긴채… ‘郭의 교육실험’ 스톱

  • Array
  • 입력 2012년 9월 28일 03시 00분


곽노현 유죄 확정 28일 수감… 서울교육감직 상실
좌파정책 수정 불가피… 12월 재선거 따라 또 요동

떠나는 곽노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나서고 있다. 자신의 교육철학을 더 펼치기 어렵다는 아쉬움에서였을까.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에도 시종일관 웃던 그였지만 교육청을 떠나는 순간만큼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28일 구속 수감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떠나는 곽노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나서고 있다. 자신의 교육철학을 더 펼치기 어렵다는 아쉬움에서였을까.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에도 시종일관 웃던 그였지만 교육청을 떠나는 순간만큼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28일 구속 수감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교육철학은 27개월의 실험으로 끝나게 됐다. 정책을 놓고 수도 서울의 교육청이 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은 일단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가 중간에서 불안해하고 불편을 겪고 불만을 갖는 일 역시 당분간 줄어들지 모른다.

하지만 교육에 스며든 정치의 바람, 이념의 흔적은 단기간에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교육계에서는 우려한다. 곽노현 교육감의 유죄확정 판결을 놓고 전혀 다른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듯이.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58)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27일 확정했다. 2010년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후보를 사퇴한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54)에게 2억 원을 건넨 혐의였다.

판결 직후 곽 교육감은 교육감직을 잃었다. 형을 집행하겠다는 검찰의 소환 통보에 곽 교육감 측은 “28일 오후 2시 서울구치소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구속 수감된다. 남은 형기 8개월을 복역해야 한다. 이대영 서울시부교육감이 권한대행으로 시교육청을 이끈다.

재판부는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곽 교육감이 박 전 교수에게 2억 원을 건넨 동기와 경위, 수단과 방법을 종합하면 후보 사퇴 대가로 2억 원을 건넨 점이 인정된다. (곽 교육감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박 전 교수를 도우려고 돈을 줬다고 주장하지만 자금 전달의 주된 목적은 후보 사퇴 대가다.”

돈을 받은 박 전 교수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2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중간에서 돈을 전달한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59)의 경우 후보자 사퇴 대가로 돈을 건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벌금 2000만 원)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교육감들이 잇따라 검찰에 소환되고 재판을 받는 현실을 보며 교육계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결국 피해자”라고 우려한다. 서울 A중 교사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극과 극으로 오갈 수 있다는 게 혼란스럽다.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서울 B고 교장은 “새 교육감이 나오면 또 자기만의 정책 실험을 할 거다. 학교는 거기에 또 적응해야만 하는 거냐”며 답답해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양대 교원단체는 팽팽히 맞섰다. 판결 직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혁신교육의 흐름은 감옥에 가둘 수 없다. 무상급식 혁신학교 문예체교육 등 시대적 흐름을 거꾸로 되돌리려 하는 건 서울 교육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교육감이 당선무효형을 받았다는 건, 그가 폈던 정책도 무효라는 거다. 새 교육감에게까지 곽 교육감의 정책을 확대 유지하라는 요구는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곽노현#서울시 교육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