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때 새누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PK(부산·경남) 대선 민심이 심상찮다. 지난달까지도 이곳에서 60%대를 유지하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추석 이후 40% 중반까지 급락했다. 부산에선 “요즘 같으면 박 후보가 50%만 득표해도 선전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이 영향을 주고 있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대구 출신인 박 후보가 힘든 싸움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다 이명박 정부 내내 이어진 ‘PK 소외론’도 여론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달 9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61.3%의 지지를 받았지만 추석 전후 조사에서는 50% 안팎으로 떨어졌다. 시민들은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박 후보가 대구 출신이라는 점을 꼽고 있다. 부산 서면에서 만난 50대 은행지점장은 “경북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PK를 소홀히 대하지 않았느냐”며 “박 후보도 당선되면 TK(대구·경북)를 더 챙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제시장의 50대 상인은 “박 후보가 여러 번 부산에 왔지만 부산만을 위한 선물 보따리를 풀지 않고 그냥 갔다”며 “아무래도 부산 사람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새누리당은 지지율 하락에 긴장하면서도 바닥 민심이 여전히 박 후보에게 쏠려 있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박 후보가 전략지역인 PK에서 본격적으로 유세를 시작하면 4월 총선 때처럼 야당 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 동구 범일동에 사는 40대 회사원 이모 씨는 “PK 국회의원 대다수가 친박계여서 예산을 많이 따오려면 박 후보가 당선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택시기사 어모 씨(56)는 “부산 출신 두 후보에게 마음이 쏠리는 게 사실이지만 막상 투표장에 가면 그동안 고생한 박 후보가 떠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유권자들은 부산 출신 야권 단일 후보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누구로 단일화되든 밀어주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50대 자영업자 서모 씨는 “문 후보는 경남고, 안 후보는 부산고를 나와 누구보다 부산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두 사람 중 누가 되더라도 MB 정부보다는 부산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외국어대생 김모 씨(24)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취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산에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줄 부산 출신이 낫다”며 “부마항쟁을 통해 박정희 정권을 무너뜨린 이곳에서 박 후보를 뽑아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다만 PK에서는 반(反)노무현 정서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게 변수다. 정모 변호사는 “4월 총선 때 민주당 당권파였던 친노가 공천을 함부로 하는 바람에 다 이긴 게임을 놓쳤다”며 “친노에 둘러싸여 있는 문 후보가 그때처럼 한다면 대선에서도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고교 졸업 이후 부산에서 거의 활동하지 않았다는 게 걸림돌이다. 대학원생 정모 씨(39)는 “부산 억양만 남아 있는 서울 사람이 선거를 앞두고 부산 사람으로 포장되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동아대 국제학부 윤성원 교수는 “새누리당 강세지역에서 부산 출신 야권 두 후보가 힘을 발휘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셋 중 어느 누구도 이 지역에서 큰 바람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