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 정치]“내 맘을 왜 몰라”… 朴 불통 논란의 이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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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큰 역할 하셔야”… 남경필-유승민 “덕담이겠죠”
상대 기 살려주기 익숙지않아… 일각 “朴이 조금 더 낮춰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지난달 25일 오후 10시경 유승민 의원 장모상 빈소에 들렀다. 박 후보는 조문을 끝낸 뒤 유 의원을 따로 불러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참여를 제안했다. 그는 보통 조문만 하고 빈소를 떠나지만 이날은 18분 동안 빈소에 머물며 조문객들과 앉아 담소를 나눴다. 유 의원을 향한 특별예우 차원이었다. 그러나 정작 유 의원은 다음 날 발표할 인선 내용을 사전 조율도 없이 빈소에서 갑작스럽게 제안받은 데 대해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는 진심을 담았다고 하지만 정작 상대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면서 소통이 어긋나는 경우는 또 있다.

박 후보는 2일 ‘추석 민생 및 선거준비상황 점검회의’ 때 “선대위 의장단과 부위원장단에 이름만 올리는 경우가 있다지만 아니다. 큰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전 의원이 의장단, 남경필 유승민 의원이 부위원장단에 기용된 것을 놓고 이름 걸치기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해명한 것이었다. 박 후보는 “유 의원은 전략기획통이고 메시지 개발과 토론회에 능하니 도와주고, 남 의원도 수도권과 젊은층을 위해 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박 후보의 당부를 공개 석상에서 참석자 모두에게 덕담 수준으로 한마디씩 하는 정도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도 선대위의 주요 역할을 맡은 남 의원과 유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와 친박 2선 퇴진론을 들고 나온 데 섭섭함을 느꼈다고 한다.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이재오 의원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박 후보는 최경환 당시 후보비서실장을 시켜 수차례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고 그를 의원회관 이 의원 사무실에 보내 만남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이 의원은 후보가 직접 전화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친박 관계자는 “박 후보는 과거 거물급 정치인들처럼 상대가 혹할 정도로 친근감을 표시하거나 자리주기를 암시하면서 기를 살려주는 데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며 “박 후보도 이제 자신이 ‘을’이라는 입장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소통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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