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국제법률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11일 방한한 해럴드 홍주 고 미국 국무부 법률고문(58)은 이날 오후 6시 인천국제공항 VIP라운지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심 참모이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법률고문(차관보급)인 그는 미국 국내 정치는 물론이고 외교정책 수립과 실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예일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장이던 1991년 조지 부시 행정부의 아이티 난민 송환정책에 반대하는 소송을 이끌었고 1998∼2001년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를 지낸 인권 전문가다.
고 고문은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정책에 대해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로 매우 비극적인 일”이라며 “세계 모든 나라는 국제법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등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고 고문은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 계속할 것”이라며 “한쪽은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데 다른 한쪽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채 남아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을 때 공항부터 어두워서 놀랐다”면서 “한국으로 날아오면서 남북을 가르는 비무장지대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남쪽은 환한 빛으로 가득했고 북쪽은 암흑에 싸여 있었다. 그것이 ‘자유의 빛(light of freedom)’이라고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나 독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분쟁에 대해 신중한 견해를 보였다. 고 고문은 “이는 기본적으로 당사국들 사이의 감정적 문제”라며 “양쪽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신중하고 깊은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중일 3국 사이에 역사적 감정이 깔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먼저 가슴속의 앙금을 풀어 나가려고 해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이는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려는 일본의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어느 쪽에 더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민감한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고 고문은 국민참여재판에 대해선 “법관이 재판으로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 국민이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민주적 절차”라며 “이는 국민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고문은 12일 오전 대법원 국제법률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오후 4시 반부터는 서울고법 대강당에서 판사들을 대상으로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법적 기준’을 주제로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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