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다리 불태우기… 완주의지 보이며 文 압박
文, 최후통첩 게임… 安과 권력분점 빅딜 타진
朴, 치킨게임 기대… 둘다 끝까지 가는게 유리
“이미 강을 건넜다. 그리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달 25일 ‘대선을 완주할 것이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또 며칠 뒤 “서울대 교수직도, 안랩 이사회 의장직도 내놨다” “불사른, 건너온 다리는 다시 쳐다보지 않고 미래의 다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처음엔 이를 두고 안 후보가 자신을 겨냥해 꾸준히 제기되는 ‘중도사퇴론’을 즉흥적으로 받아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게임이론(game theory)’ 전문가들은 이 발언이 향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안-문 두 후보의 단일화 게임은 5월 문 후보의 선공(先攻)으로 시작됐다. 당시 야권단일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문 후보는 정당 기반이 없는 안 후보에게 정권교체를 위한 ‘공동정부론’을 제안했다. 물론 단일후보는 자신이 돼야 한다는 암묵적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그로부터 넉 달 뒤 안 후보의 ‘다리 불사르기’ 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발언의 주된 표적이 안 후보의 지지자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아니라 문 후보라고 해석했다. 문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에 자신감을 얻은 안 후보가 ‘나는 사퇴하지 않는다. 그러니 단일화하고 싶으면 당신이 양보하라’는 메시지를 문 후보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안 후보의 발언은 게임이론 중 ‘건너온 다리 불태우기(burning the bridge behind)’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례”라며 “그도 이 이론을 알고 말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고 상대에게 ‘배수진(背水陣)’을 쳤다고 밝힘으로써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전략이다.
두 후보는 요즘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다. 분권형 대통령제, 책임총리제 등을 내걸고 ‘총리를 시켜줄 테니 대통령 후보는 양보하라’고 서로 제안하고 있다. 이 게임은 막판으로 갈수록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불리한 쪽에 조건을 제시하며 단일화를 압박하는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으로 흐를 개연성이 커진다. 이때 불리한 쪽이 끝까지 거부하면 공멸(共滅)할 수 있다.
야권 단일화 게임에 관한 한 박 후보는 불안한 관전자다.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어느 쪽으로든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박 후보 측은 두 후보가 서로 먼저 물러서길 기대하며 정면 돌진하는 ‘치킨게임(chicken game)’을 벌이다가 각각 독자 출마하는 시나리오를 내심 기대한다.
동아일보는 경제·경영학자, 수학자 및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과 함께 현 대선 정국을 게임이론으로 풀어 봤다. 530만 표라는 압도적인 차로 승자가 결정된 5년 전과 달리 이번 선거는 복잡하고 치열한 게임의 구도 속에서 후보들의 대응 방식에 따라 전세가 수차례 뒤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각 진영의 고도의 ‘수 싸움’은 더욱 치열하고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