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트위터에는 문 후보가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날 서울 신촌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 등과 함께 영화 ‘광해’를 관람한 후 감정이 북받치는 듯 뒷자리에 홀로 앉아 10여 분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문 후보는 13일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열린 대학생 타운홀미팅에서 “영화를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며 눈물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노 전 대통령이 오버랩됐다고 꼽은 대목은 주인공이 중신들에게 “부끄러운 줄 아시오”라고 호통 치는 부분이다. 2006년 노 전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거세지자 반대파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일갈한 것과 흡사하다. 문 후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많이 운 적은 없었는데 어제는 도저히 억제가 안 됐다”며 “참여정부 때 균형외교를 천명했다가 보수언론과 수구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는데 그런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장면이 많아서 그런 감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선거 때 정치인의 눈물은 묘한 반응을 불러오곤 한다. 인간적인 면모를 극대화시켜 지지그룹을 결속하고 반대자들의 반발 강도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는 반면 ‘나약한 지도자’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2002년 12월 노무현 대선후보의 방송광고 ‘노무현의 눈물’은 그의 인간미를 감동적으로 전달한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박근혜 후보 역시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총선을 앞두고 탄핵역풍으로 고전하자 방송연설에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얘기를 하며 눈물을 흘려 지지율을 올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애리조나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1분 동안 말하지 않는 ‘침묵의 연설’로 진보·보수를 떠나 전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다.
부작용도 있다. 지난해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일본 경제산업상은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원전사고 대처를 문제 삼으며 끈질기게 사퇴를 종용하자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강력한 차기 총리로 꼽혔지만 “저렇게 유약한 사람에게 어떻게 원전사고와 경제침체에 허덕이는 일본을 이끌어갈 총리 자리를 맡기느냐”는 여론이 비등했다. 결국 그는 한 달 뒤 여당 다수파의 지지를 받고도 당 대표와 총리에 선출되지 못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14일 “정치인의 눈물은 국민을 대신해 울어줄 때 가장 효과가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메시지를 갖고 적절한 방식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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