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병사가 ‘노크 귀순’한 육군 22사단은 휴전선 동쪽 끝의 험준한 지형과 넓은 경계범위 때문에 경계 실패의 위험을 항상 안고 있는 지역이다. 2010년 이후 경계 소홀로 인한 징계 대상자 20명 중 16명이 22사단 소속이었다. 2003년 이후 북한 민간인 7명, 군인 1명이 이곳으로 귀순했다. 2009년엔 남측 민간인이 철책을 끊고 월북하기도 했다.
22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휴전선 육상과 해안경계를 모두 담당해 경계 범위가 가장 넓다. 한 예비역 장성은 “22사단의 1개 소초(GOP)가 맡는 철책 길이는 1km 이상으로 소초원 40명이 24시간 모두 경계하기가 벅찬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에 북한군 병사가 넘어온 지점을 사이에 둔 두 초소도 거리가 멀고 경사진 지형 때문에 서로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런 구조적 한계는 22사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무사령관 출신의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동부전선을 관할하는 1군사령부 예하에서만 병력이 1만 명 줄었다”며 “지금 같은 병력 운영으로는 침투가 이뤄지면 뚫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 대선후보는 병력 축소, 복무기간 단축 등을 내세우고 있어 정치적 논란도 예상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2일 ‘5대 국방 구상’ 발표에서 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고 2020년까지 병력을 50만 명으로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8일 한 일간지 정책설문에서 지원병제 도입을 전제로 군 복무 기간을 18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귀순사건에 따른 군 당국의 경계강화 조치가 병사들을 닦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근무 교대주기 단축, 근무시간 연장 등으로 병사들을 몰아붙이면 가혹행위, 탈영 등 군기 위반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합참은 전방 철책의 윤형 철조망을 보강하고 지주대에도 철조망을 덧대는 등 보완조치를 모든 전방부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또 폐쇄회로(CC)TV 등 감시장비를 보강하고 감시경계·무장로봇으로 이뤄진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도입을 앞당기기로 했다.
한편 대북 경계 실패에 따른 문책인사가 확실시되면서 이달 말로 예정된 장성급 인사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초 정부는 2일 조정환 육군참모총장 등 대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후속 인사를 이달 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12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의 조찬회동에서 “관련자를 모두 중징계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지휘라인에 있는 장성(1군사령관-8군단장-22사단장)이 중징계를 받으면 모두 자리를 내놔야 하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중폭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CCTV로 북한군을 발견했다’는 보고를 바로잡지 못한 합참 관계자들의 문책 가능성도 높아 인사폭은 더 커질 수 있다. ▶ [채널A 영상] ‘남쪽으로 내달린 4분’ 긴박했던 북한군 귀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