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수뇌부가 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에 대해 3일 첫 보고를 받고도 10여 일째 감춰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군 발표의 신뢰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정승조 합참의장(사진)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두 번씩이나 허위 보고를 한 셈이어서 질책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군은 15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자 문책 발표로 이번 사건을 매듭지으려 했으나 새로운 ‘말 바꾸기’, ‘거짓 발표’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 의장을 포함한 군 수뇌에 대한 경질 주장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청와대도 고민에 휩싸였다. 군 보고의 허술함이 속속 드러나면서 여론이 악화되면 정 의장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안팎에선 지금이라도 서둘러 불을 꺼야 한다는 얘기가 많지만 정 의장을 경질할 경우 불과 며칠 전 단행한 군 수뇌부 인사를 전면적으로 다시 해야 하는 데다 대통령 임기 말에 새로운 수뇌부가 업무 파악에 시간을 보내다 제대로 일이나 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 따르면 김 장관과 정 의장은 3일 최종일 합참 정보본부장(중장)에게서 22사단 기무부대가 작성한 귀순자 1차 진술서에 ‘노크 귀순’ 내용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이는 그동안의 군 당국 설명과 전혀 다른 것이다. 합참은 그동안 “8일 국정감사에서 ‘GOP 문을 두드렸다’는 질의가 나와 작전본부에서 확인에 나섰고 10일 현장에 나가 있던 전비태세검열실로부터 ‘사실이다’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혀 왔다. 정 의장도 11일 국정감사에서 ‘노크 귀순’을 이미 보고받은 사실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그것은 확정된 정보가 아니고 (귀순자 진술에 근거한) 첩보 수준이었다. 합참의장 입장에선 전비태세검열단을 보내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 의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가 그만큼 대북 경계 실패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얘기로밖에 볼 수 없다.
합참 내부의 정보 공유도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최 정보본부장은 휘하에 정보기획부-해외정보부-전략정보부-군사정보부-정보융합실을 두고 있는 군내 정보 책임자다. 그는 1차 진술조서를 군 정보기관인 22사단 기무부대를 통해 받았다. 하지만 최 정보본부장은 자신이 파악한 정보를 신현돈 합참 작전본부장(중장)에게 알려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22사단-8군단-1군사령부의 작전지휘 계통 보고서만 받아 본 신 본부장은 8일 국감 때까지 ‘노크 귀순’ 보고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작전본부는 3일 1군사령부로부터 ‘노크 귀순’이라는 요지의 보고서가 합동지휘통제체제(KJCCS)를 통해 올라왔지만 합참 상황장교가 이를 열어 보지 않아 변경된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
느려 터진 군의 상황 파악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방부는 “3일 귀순자 진술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1군사령부로부터 ‘CCTV로 발견했다’는 상반된 보고서가 올라오자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을 통해 확인하도록 4일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비태세검열실은 10일 오전에야 의장에게 ‘노크 귀순이 맞다’고 보고했다. 사실 확인에 엿새나 걸린 것이다. 이에 합참은 “검열관 교육 등 사전 준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8일에야 검열단을 22사단으로 내려보낼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인 2010년 12월 발탁된 김 장관은 취임 이래 “우수한 간부의 능력이 강군 육성의 기반”이라며 ‘정예 간부 능력 확충’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혀 왔다. 또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현장에서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선(先)조치 후(後)보고하라”며 ‘전투형 부대’ 구축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김 장관이 이끄는 군이 경계 실패에 이어 연이은 거짓 해명을 한 것은 강군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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