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청와대 집현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자마자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에게 대뜸 이렇게 물었다. 전날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결과를 발표한 천 수석을 격려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질문이었다.
천 수석이 “외교통상부 담당 국장(남아시아태평양국장)이 나갈 것”이라고 답변하자 이 대통령은 “미얀마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일본은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데…”라고 호통을 쳤다. 동남아의 떠오르는 시장이자 북한의 개혁을 유도하는 데 미얀마의 역할이 중요한데 장차관 정도가 나가도록 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 대통령의 ‘불벼락’에 회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요즘 참모진 ‘군기 잡기’에 나서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통상 임기 말이면 함께 청와대를 나가는 참모들을 좀 풀어줄 법도 하지만 대통령은 ‘지금은 비상 상황’이라고 강조하며 고삐를 죈다”고 전했다. 얼마 전에는 한 청와대 참모를 경제부처 장관들과의 간담회에 배석시켰다. 담당 분야와 거리가 있는 자리라 머쓱해하던 이 참모에게 이 대통령은 “당신은 이 분야에 대해 아는 게 부족하다. 그래서 신선한 정책이 안 나오는 것이다. 이런 자리에 와서 좀 배워라”고 면박을 줬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한 관계자는 “최근 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 사건이나 정부중앙청사 방화사건 등 공직사회 전반이 기강 해이에 빠지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의 군기를 잡으면서도 “임기 말이라고 당신들에게 설렁설렁 할 수도 있지만 지금 그럴 사정이 아니지 않으냐”며 종종 양해를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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