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원재]편가르고… 탓하고… 文, 盧언론관까지 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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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0일 03시 00분


장원재 정치부 기자
장원재 정치부 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노(친노무현) 선대위’ 논란에 대해 “언론이 심한 것 아니냐”며 언짢아했다. ‘용광로 선대위’ 원칙에 따라 골고루 인선했고 친노 인사는 비서실 팀장 몇몇뿐인데 언론이 ‘친노의 귀환’이라며 지나치게 매도했다는 것. 그는 “괜히 비서실 인선을 발표해 빌미를 줬다”며 후회했다.

그의 말처럼 비서실 인선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면 문제가 없었을까. ‘캠프의 핵심’으로 불리는 비서실의 팀장급은 대부분 친노이며 규모도 47명으로 웬만한 본부보다 크다. 특히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 팀장인 메시지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들이 장악하고 있어 ‘핵심 중 핵심’으로 불린다. 팀 규모도 18명으로 민주캠프 70여 개 팀 가운데 가장 크다. 그런데도 언론의 지적이 지나친 것일까.

문 후보의 ‘언론 탓’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선 영화 ‘광해’를 보고 운 이유를 “균형외교를 추구했다가 보수세력 수구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많이 받았다. 그런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을 언론이 부당하게 공격했다는 인식이었다.

당내에는 이런 문 후보의 언론관을 두고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이가 적지 않다. ‘내 편’과 ‘네 편’을 나누고, 일이 잘 안 되면 ‘언론 탓’으로 돌리는 모습이 겹친다는 것이다. 최근 지지율 정체의 원인 중 하나로 문 후보와 캠프의 언론관을 꼽는 이들도 있다.

우려되는 점은 대선이 다가오면서 언론에 대한 문 후보와 캠프의 반응도 격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문 후보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질문을 중간에 끊고 “됐다. 더 세세한 질문은 필요하지 않다”며 면박을 줬다. 후보에게 묻기 위해 다가가는 기자를 수행원이 두 손으로 잡아 접근을 막기도 했다. 기자들이 항의하자 대변인은 오히려 “후보가 알지 못하는 내용을 직설적으로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짜증을 냈다. 문 후보는 자신의 언론관에 대해 ‘편 가르기를 하지 않겠다는 게 원칙’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종합편성채널 출연은 거부하고 있다.

문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참여정부 시절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 “불편하기도 했지만 건강한 긴장관계였다”고 평가했다. 분위기가 냉각되자 곧바로 “저는 그렇게는 안 하겠다”고 덧붙였지만 대통령이 언론을 직설적으로 공격하고 정부가 기자실에 대못질한 것을 ‘건강했다’고 하는 것은 온당한 인식일까. 그가 대통령이 되면 언론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장원재 정치부 기자 peacechaos@donga.com
#문재인#언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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