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24일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특히 안 후보는 정치개혁안을 비판한 정치권 전체를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박했다. 안 후보는 23일 국회의원 수 축소,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를 통한 원내정당화를 제시한 바 있다.
문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며 “바람직한 것인지,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방안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과 정치권의 동의를 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 있다. 좀 더 깊은 고민이 있으면 좋겠다”며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이 비현실적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문 후보는 국고보조금에 대해 “깨끗한 정치를 위해 재벌의 대규모 헌금으로부터 정당을 자유롭게 하는 역할을 해 왔다”며 “당원들의 당비와 매칭펀드 등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있다”고 말했다. 또 “안 후보도 정치 바깥에서 현실정치를 비판하고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미 정치권에 들어왔다. 이미 호랑이굴에 들어온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초 참모들에겐 “(안 후보의 쇄신안을) 다 반대한다”며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안 후보의 ‘정치 아마추어리즘’을 부각했다.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은 라디오에서 “정치 현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며 “국민들의 일반 감성에 근접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나 정당의 힘을 약화시키면 그만큼 행정부의 전횡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보신당은 논평에서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이 허경영 씨의 공약과 흡사하다. 안 후보는 허 씨를 캠프 정치개혁위원장으로 앉혔나”라고 비꼬았다.
반면 안 후보는 이날 ‘청년 알바’ 간담회에서 “정치개혁안에 대한 반응을 보며 일반 국민과 정치권의 생각에 엄청난 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 굉장히 힘들어지는 상황이 전개될 텐데, 누군가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멸한다”며 “정치권부터 솔선해 기득권을 내려놔야 많은 사람의 고통 분담과 기득권 포기를 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문 후보가 정치개혁안을 비판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정치권이 잘 새겨들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이날 트위터에서 “존 로크는 ‘새로운 의견은 아직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의심 받고 대부분 반대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정치개혁과 정당혁신에 관한 국민들의 의견을 더 폭넓게 듣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 공동선대본부장인 송호창 의원도 브리핑에서 “개혁의 출발은 기득권의 포기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국회의원 수 축소로 정당정치가 약화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에도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국회의원 50명을 줄이자고 했고 299명에서 271명으로 줄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며 “지금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트 통치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주장에 대해서도 “국회의원 수를 줄이면 엘리트가 되고, 늘리면 문제가 해결되는가”라고 반박했다.
한편 문 후보가 정치혁신위원장직을 제안했던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문 후보 캠프가 주최한 ‘정치혁신 국민대담회’에서 안 후보를 겨냥해 “정치개혁은 정치 삭제 또는 축소가 아니라 정치 활성화”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의 쇄신안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줄이겠다는 말을 4·11총선 때 해야 했다. 그때를 놓친 뒤 수세에 몰린 모양새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권 단일화 결렬 징조가 보인다면 촛불시위를 주도하겠다”고도 했다.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을 제안한 캠프 내 정치혁신포럼 위원들 사이에서도 개혁안의 현실성을 두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포럼에 참여한 한 교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과 더 강하게 개혁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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