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에 빠진 대선]“훌륭한 선수도 흔들어대면 낙마”… 혼전의 빅3 로데오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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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5일 03시 00분


■ 18대도 어김없는 진흙탕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세는 로데오 경기와 같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24일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후보)라도 계속 흔들어대면 언젠가는 말에서 떨어진다는 얘기다. 18대 대선도 이미 네거티브 공방이 절정에 올랐다. 특히 올 대선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과거’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각 후보 진영은 상대방을 흠집 내고 표를 얻기 위해 네거티브 전략을 쓰고 있지만 정작 많은 국민은 ‘과거에 묻힌 대선’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 ‘과거사 네거티브’ 공방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추석 연휴 전 유신과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과거사에 대한 역사인식 문제로 곤욕을 치르다 결국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과거사 논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추석 연휴 이후 약 한 달 동안 정수장학회 문제에 시달린 것. 박 후보는 2005년 정수장학회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야권은 박 후보가 ‘장물’인 정수장학회의 실질적인 소유주로 측근인 최필립 이사장을 통해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박 후보는 여러 차례 ‘정수장학회와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최근 정수장학회가 MBC와 부산일보 지분 매각을 추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장물을 팔아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여론의 악화 속에 최 이사장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지만 장학회 관련 판결문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오히려 궁지에 몰린 처지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 후보가 사퇴를 요구했지만 최 이사장이 물러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박 후보가 실질적인 소유주라면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느냐.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고 토로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겐 2007년 아들 준용 씨가 한국고용정보원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시절 금융감독원에 청탁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 등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문 후보와 관련된 가장 큰 이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비서관을 지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NLL 포기 발언 의혹은 비공개 대화록이 공개되지 않아 여전히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채 논란만 확산되는 상황이다.

결국 민주당은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고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문 후보를 공격하는 ‘과거 대 과거’ 대결이 대선 정국을 달궈온 셈이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박, 문 후보 간의 과거사 네거티브 공방에선 비켜서 있다. 하지만 공직 경험이 없고 제대로 된 검증을 받은 적이 없는 상태에서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안 후보는 부인 김미경 씨 명의로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지적에 대해 시인한 뒤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후에도 △부인 김 씨의 서울대 의대 특혜 채용 의혹 △논문 표절 의혹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 남은 대선 네거티브 더 활개?

우리나라의 정치구조 때문에 대선후보들이 ‘정치의 마약’이라 불리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본보 13일자 시론(‘네거티브 선거가 먹히는 이유’)에서 “단임제라는 정치구조 때문에 현직 대통령이 후보가 될 수 없다. 정책 업적과 기록에 관한 공방을 벌일 후보가 없는 셈이다.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정책을 서로 따지는 것은 공허하기 쉽다. 대선후보들이 각자 내세울 업적이 없는 만큼 상대에게 부정의 이미지를 덧칠하는 것이 절실해진다”고 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으로 네거티브 선거전이 남은 대선 기간에 더욱 활개를 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체 검열 기능을 갖추지 못한 ‘1인 미디어’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유언비어를 유포할 경우 반나절 만에 전국에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일에 임박해서나 투표 당일 치고 빠지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불붙을 경우 유권자들만 우롱당할 수 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네거티브공방#로데오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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