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에 빠진 대선]朴-盧 앞세운 과거전쟁… 미래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5일 03시 00분


박근혜-문재인측 정수장학회-NLL발언 공방… 유권자는 정책대결을 보고싶다
이해찬 “朴집권땐 유신 부활-측근비리 창궐”
김무성 “안철수 복지는 공산주의 사회 슬로건”

올 대선이 국민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내달리고 있다. ‘나쁜 이미지 덮어씌우기’식의 네거티브 캠페인이 기승을 부린 결과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책과 공약이 쌓이기는커녕 저급한 선전선동이 난무하면서 선거전이 ‘갈 데까지 갔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선이 56일 남은 24일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KBS라디오 연설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집권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박근혜 공화국’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신의 부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 말 한마디가 법 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가 횡행할 것이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 정치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경제는 관치경제, 정경유착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측근비리가 창궐할 것이다”는 등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세를 퍼부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선대본부 회의에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복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질문에 ‘능력대로 내고 필요한 만큼 쓰자’고 했는데 이 말은 마르크스 공산주의 사회가 주창한 슬로건”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안 후보를 상대로 사실상 ‘색깔 논쟁’을 제기한 것이다.

전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주군관학교에 불합격하자 ‘천황 폐하께 충성을 맹세한다’는 혈서를 써서 입학했다”고 주장했고,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민주당이 계속 과거사를 물고 늘어지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비리의 핵심인 박연차 씨 문제를 꺼내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달 5일 시작돼 24일 끝난 국회 상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박 후보와 관련한 정수장학회 논란,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관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부정 발언 의혹, 안 후보와 관련한 부인의 서울대 특혜임용 문제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정부와 정책을 평가·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의 본래 취지가 사라져버렸다.

과거에 매몰돼 ‘미래 없는 대선’이 된 것은 박, 문 후보로 인해 자연스럽게 ‘박정희 대 노무현’의 구도가 만들어진 측면도 있지만 후보들 스스로가 구체적인 미래 비전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장 후보들은 서로 공약을 베끼거나 눈치를 보며 정책 경쟁을 피하고 있다.

특히 올 대선에서 세 후보가 예측불허의 승부를 벌이는 데다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불안정성이 커진 점도 각 진영이 여론을 ‘한 방’에 돌릴 수 있는 네거티브전을 확대 재생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릴수록 후보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고, 후보 간 정책 경쟁도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네거티브의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당장 표가 된다는 얄팍한 계산에 후보 진영들이 네거티브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결국 유권자는 미래와 변화를 지향하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구체적 공약의 재원마련 대책을 두고 논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책대결#네거티브#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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