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 언어폭력 못참겠다” 뿔난 문화부 노조 ‘인격모독’ 설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5일 03시 00분


문제 발언 등 11월초 발표

정부 중앙부처의 고위공직자가 부처 내 공무원들에게 인격 모독성 발언 등 언어폭력을 행사한 뒤 직원들이 언어폭력과 관련한 내부 설문조사를 실시해 파문이 예상된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최근 문화부 직원용 내부 인터넷망에 노조 명의의 공문이 올라왔다. 공문에는 “고위공무원의 지나친 언사로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이후 노조가 중심이 되어 문화부와 산하 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각종 언어폭력 경험 사례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설문지는 “인격적 모독 등 최근 불거지고 있는 직장 내 불평등 사례를 쇄신시키기 위해 조사를 실시한다”고 경위를 밝히고 있다. 노조는 11월 초 설문조사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문화부 관계자들과 노조 측은 고위공직자 A 씨의 인격 모독성 발언과 불합리한 인사가 설문조사의 원인이 됐다고 전했다. 복수의 문화부 인사에 따르면 A 씨가 보고를 받다 화가 나서 장애가 있는 직원에게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인 ‘××’로 불렀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설문조사가 본격화됐다. 문화부는 장애인 98명을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설문지에는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들었다면 어떤 내용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 중 하나로 ‘신체적 단점 비하’라는 항목도 들어있다.

A 씨는 8월 런던 올림픽 중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좌석을 예약했다는 이유로 담당자 B 씨에게 심한 질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평창 올림픽 유치 등 체육 분야에서 여러 성과를 냈지만 지난해 10월 보직을 받은 뒤 10개월 만인 올해 8월 다른 부서로 인사 발령됐다. B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무슨 할 말이 있겠냐”라며 대답을 피한 뒤 “안 좋은 일은 겪을 만큼 겪었고 더는 소란을 피우기 싫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장애인 관련 언어폭력은) 없었다. 무의식중에 나올 수는 있지만 기억하는 범위 내에서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A 씨는 언어폭력 설문조사에 대해서는 “노조가 조사를 하는 것이어서 내가 답할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고위 공직자#언어폭력#인격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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