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북핵 해결 韓美中 3자회담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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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6일 03시 00분


■ 남성욱 평통 사무처장과 대담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오른쪽)가 25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남성욱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과 대담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오른쪽)가 25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남성욱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과 대담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시행 중인 대북 경제 제재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면 무역 제재와 물리적 방법 등 모든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 놓아야 한다. 이를 중국이 받아들이도록 한중, 미중 간 대화를 강화하고 한미중 3자대화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현 덴버대 국제대학장)는 2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남성욱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과의 대담에서 “북한의 행동을 계속 용인할 수 없음을 중국이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민주평통이 주최한 ‘상생공영정책 성과 평과와 한반도 미래 전망’ 학술회의 참석차 방한했다.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대북정책조정회의(TCOG), 남북미중 4자회담은 있었지만 한미중 3자 협의체는 없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였던 힐 전 차관보가 제안한 3자대화가 2008년 12월 이후 멈춰 있는 6자회담의 대체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은 남 처장과의 대담.

▽남=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한미가 대북 관여정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보는데….

▽힐=두 사안의 시점과 순서가 중요한데, 북한이 진지한 태도로 임한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이 합의한 2·29합의가 파기된 원인도 북한이 진지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2월 29일 북한은 모든 핵 활동 중단과 미사일 발사 유예,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를 수용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24만 t 규모의 식량지원을 받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4월 13일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면서 이 합의는 깨졌다. 당시 북한식 화법을 이해하지 못한 미국 협상단이 북한에 당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힐=북한과 미국 협상단 사이에 의사소통 문제는 없었다. 북한이 2·29합의 이행의무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했음은 분명하다. 합의 파기는 북한 내 강경파-온건파 간 의견차에서 비롯됐고 이는 김정은 체제의 핵심부끼리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남=6자회담의 효용성에 대해 회의론이 많이 나오고 있다. 협상을 통해 핵 포기를 유도한다는 게 불가능한 것인가.

▽힐=2005년 체결된 9·19공동성명이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행되지 못해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비관론은 정책이 될 수 없으며 6자회담 회의론에 빠진 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남=김정은 체제는 안정적인가. 7월 이영호 군 총참모장을 전격 경질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나.

▽힐=민간 출신과 군부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김정은의 선택이라기보다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지시일 가능성이 높다. 장성택은 과거에도 군부와 갈등을 빚었다. 그런 점에서 ‘선군정책’은 북한의 강점이 아니라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힐 차관보#남성욱#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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