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내가 산 땅… 과정은 모른다” 진술 번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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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6일 03시 00분


5개월 전 검찰 수사 때 이시형 씨(34)가 서면으로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는 맹점이 있었다. 땅값을 적게 내 국가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와 이명박 대통령이 살게 될 사저 터를 시형 씨 명의로 샀다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모두 피하기 위해서 진술한 내용이 서로 상충됐던 것이다.

시형 씨는 경호처와 함께 땅을 산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주장해 배임 혐의를 피하려 했고, 명의를 빌려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내가 산 것이 맞다”는 주장을 했다. ‘땅을 산 과정은 몰랐지만 내가 산 것은 맞다’는 모순된 진술이 된 것이다. 시형 씨가 앞뒤가 안 맞는 진술을 했는데도 검찰은 “아귀가 딱 맞는다”며 시형 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 “땅 산 과정은 전혀 몰랐다”

배임 혐의의 핵심은 시형 씨와 대통령 경호처가 지난해 5, 6월 이명박 대통령 일가가 퇴임 뒤 머무를 사저를 짓기 위해 내곡동 땅 9필지(2605.12m²·788평)를 54억 원에 함께 사들일 때 시형 씨가 낼 돈을 경호처가 더 냈다는 것이다.

당시 6개 필지는 경호처가, 3개 필지는 시형 씨와 경호처 명의로 사면서 시형 씨는 11억2000만 원을 냈고 경호처는 42억8000만 원을 부담했다. 가장 큰 필지인 20-17번지의 경우 시형 씨는 330m²(99.8평)에 10억1775만 원을 냈다. 경호처는 198m²(59.8평)를 사면서 14억8225만 원을 냈다. 3.3m²(1평)당 시형 씨는 1017만 원, 경호처는 2474만 원을 낸 셈이다.

결과적으로 시형 씨는 6억∼8억 원의 이득을 봤다. 그러나 그는 검찰 서면 조사에서 “아버지에게서 들은 대로 돈을 마련해 땅 주인에게 보냈을 뿐 지분을 나누고 돈을 나눠 낸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 “그래도 내가 산 땅이다”

시형 씨가 땅을 사들인 과정을 전혀 몰랐다면 시형 씨를 땅 주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 수사 당시의 의심이었다. 그러나 시형 씨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피하기 위해 돈을 마련한 과정을 강조했다. 시형 씨가 마련한 돈은 모두 12억 원. 6억 원은 어머니 김윤옥 여사의 강남구 논현동 부동산을 담보로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대출받았다. 나머지 6억 원은 큰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서 현금으로 빌렸다. 복비와 취득세, 등록세를 내고 남은 3000만 원으로 농협 대출금 이자를 갚았다. 대출 원금과 이 회장에게서 빌린 돈, 그리고 그 이자는 나중에 이 대통령에게 땅을 다시 판 뒤 받을 돈으로 갚을 생각이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시형 씨는 “내 이름으로 돈을 빌렸고 세금과 이자도 다 내 이름으로 냈다”고 했다. 또 “1년 정도 사저에서 실제 살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름만 빌려주고 땅을 산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 특검, 누구에게 책임 물게 될까

특검은 “과정은 몰랐지만 그래도 내가 산 땅”이라는 시형 씨 진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견해다. 시형 씨가 한 가지 혐의를 벗기 위해선 다른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으로 특검 수사는 시형 씨를 땅 매입 과정에 등장시킨 사람은 누구인지, 시형 씨가 앞뒤가 안 맞는 진술을 하게 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를 밝히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이시형#내곡동#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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