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미국 대선이 예측불허의 초접전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한반도의 ‘안보 방정식’도 복잡해지고 있다. 12·19 한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돼 미국 정부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이에 북한은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한반도의 안보정세가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 한미 새 정부의 ‘궁합’이 관건
미국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강한 미국’을 내세우며 강력한 외교안보정책을 표방한다. 북한에도 매우 강경하다. 롬니는 대북 식량지원을 ‘뇌물 제공’으로 규정했고, “북한과 거래하는 민간기업·은행에 제재를 가해 북핵을 완전히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11·8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출범하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체제에도 롬니는 공세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여 동북아시아의 ‘주요 2개국(G2) 대결’도 한층 격화될 수 있다.
반면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도발에 대한 보상은 없다”며 ‘전략적 인내’를 내세웠지만 재선에 성공하면 한층 자신감 있게 ‘당근’과 ‘채찍’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균형적 외교정책을 선호하는 오바마로서는 집권 2기를 맞아 새로운 갈등을 낳기보다는 해법 마련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마상윤 가톨릭대 교수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오바마든 롬니든 큰 차이는 없고 연속성이 강하다”며 “다만 롬니가 당선된다면 적어도 더 강한 톤과 레토릭(수사)을 쓰게 될 것이고 이것이 북-미 관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대선후보들은 이명박 정부보다 유연한 대북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우선시하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북한과의 협력’을 앞세우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한미 새 정부가 어떤 조합으로 짜여질 것인가이다. 양국의 대선 결과는 ①미국 공화당-한국 여당 ②미국 공화당-한국 야권 ③미국 민주당-한국 여당 ④미국 민주당-한국 야권 등 4개의 조합을 낳고, 조합마다 대북정책에서 미묘한 차이를 드러낼 수 있다.
양국 정당의 정치적인 성향은 ①과 ④가 각각 보수와 진보로 비슷하고 ②와 ③은 서로 엇갈리는 조합이다. 전문가들은 ②‘미국 공화당-한국 야권’의 경우가 가장 마찰의 소지가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③‘미국 민주당-한국 여당’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관계에서 보듯 정책 공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2013년 북한의 선택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권력 승계 이후 미국과는 관계 개선을 모색했고 한국엔 ‘상종하지 않겠다’면서도 직접 충돌은 피하고 있다. 김정은 처지에서는 주민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냄으로써 권력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④‘미국 민주당-한국 야권’ 조합이 가장 바람직하다. 한국의 새 정부가 북한과의 신속한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 오바마도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에는 ①‘미국 공화당-한국 여당’ 조합이 최악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 경우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과 군사행동 등 ‘벼랑끝 전술’을 지렛대로 사용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에 성향이 다른 정부가 들어서면 북한은 선별적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국 민주당-한국 여당이 승리하면 북한은 미국과의 직거래를 선호할 것”이라며 “반대로 미국 공화당-한국 야권이 이긴다면 먼저 남한에 의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