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 빼앗긴 아이 찾으려 美서 소송, 한 엄마의 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6일 16시 57분


미국인 남편에게 빼앗긴 아이를 찾기 위해 미국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는 한 엄마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김현정 씨(40.가명)는 "집을 비운 사이 미국인 남편이 돌 지난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가버렸다"며 "아이가 엄마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 씨는 현재 국내는 물론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국회와 미국 내 한인단체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아이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국내에서 원어민 강사를 하던 미국인 브라이언 스미스 씨(42.가명)와 수년간 만나다 2005년 한국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남편은 지난 2월 김 씨가 출근한 틈을 타 15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가버렸다.

김 씨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 문화와 생활에 불만이 많았던 남편은 가정불화까지 겹치자 아기를 빼앗기 위해 같은 직장 내 미국인 동료와 모의까지 했으며 미국으로 돌아가기 1개월 전 김 씨의 미국 영주권을 반납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했다.

아이를 잃은 김 씨는 아이를 되찾을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걸림돌이 있었다. 정부가 '국제적 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협약'(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협약은 국제결혼에 따른 혼인관계 파탄 후 신랑 혹은 신부 일방에 의해 국제적으로 불법 이동된 아동의 신속한 반환 등을 목적으로 1983년 12월1일에 발효된 조약으로, 현재 세계 84개 나라가 가입해 있다.

국회는 이 협약에 가입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18대 국회에 제출했지만 법사위에서 계류 상태였다가 19대 국회로 넘어오면서 자동폐기됐다.

결국 김 씨는 지난 4월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김 씨의 양육권을 인정했다.

이후 김 씨는 국내 재판부의 판결문을 남편과 아이가 사는 미국 오클라호마 주의 지방법원 제출하며 아이의 인도를 요구했다.

그러나 현지 법원은 한국 내 외국인 재판이 공정한지 알 수 없다며 60일간 한국법원 판결에 대한 집행을 보류했으며 지난 9월 말에는 한국이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미가입국이며 한국 법원에 인권유린 수준까지 갈 정도의 미국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아예 판결 집행을 거부했다.

김 씨는 곧바로 항소했고 현재 이 사건은 오클라호마 주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현재로서는 오클라호마 주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애가 타는 김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미여성회총연합회'(KAWAUSA)를 비롯해 오클라호마 한인회, 텍사스 한인회 등 미주 전역에 탄원서와 서명용지를 보내고 있다.

또한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의 의원실에도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이 국회가 통과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탄원서를 전달했다.

연합뉴스는 26일 만난 김 씨가 "협약 가입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인권국가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높여 단지 한국인이기 때문에 억울하게 아이를 뺏기고 찾을 수도 없는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울먹였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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