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의 송도 유치를 계기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중단된 정부 차원의 대북 조림(造林)사업을 재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이 대통령은 GCF 사무국 유치로 경제효과 외에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활로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기금 중 일부를 대북 조림사업에 사용하는 방안을 국제사회와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림사업을 통해 북한은 산림 자원을 얻고 우리는 탄소배출권(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을 얻을 수 있다”며 “현 정부에서 물꼬를 트면 차기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아직 교토의정서에 따른 탄소배출 의무감축 대상국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살 필요는 없지만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 체제’에서 배출할당량을 지정받으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일부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사야 한다.
정부는 우선 다음 달 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1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GCF 사무국 유치를 인준받으면서 GCF 운영 계획과 함께 국제사회에 대북 조림사업의 필요성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 어젠다로 제시한 후 북한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려 했으나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꽉 막혀 답답했는데 GCF는 이 같은 대화를 위한 좋은 채널이 될 것”이라며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더라도 환영할 만한 어젠다로 국제사회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 간 직접 접촉이 아니라 국제기구인 GCF를 통한 논의인 만큼 남북 모두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집권 초기에 작성한 남북산림협력기본계획 등을 바탕으로 대북 조림사업안을 가다듬고 있다. 정부는 △5000ha를 시범 복구하는 ‘준비 단계’ △사업 시작 3년 내 조림 대상지를 확보하고 4만5000ha를 복구하는 ‘본단계’ △사업 시작 4년 후 158만 ha를 복구하는 ‘확대 단계’를 통해 163만 ha의 산림을 복원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은 2009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북한 내 조림사업 교육 및 시범사업 대상 선정을 위해 사업비 15억 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역대 최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8년 북한 지역의 위성 영상을 분석한 결과 북한 산림 899만 ha 중 284만 ha가 황폐화했다. 이는 1999년에 비해 산림 면적은 17만 ha 줄고 황폐지는 121만 ha가 늘어난 것이다.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는 18일 ‘기후변화, 에너지 중간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진행되면서 물 관리 부실에 따른 잦은 재해, 용수 부족 등으로 (통일 후) 남한이 져야 할 부담이 증대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와 은행연합회가 주최한 GCF 유치 기념 ‘더 큰 대한민국’ 행사에 참석해 “GCF는 단순한 경제적 효과보다는 인류의 공동 과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의 의무와 책임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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