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인적쇄신의 격랑에 휩싸였다.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의 ‘새로운 정치위원회’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극약처방을 꺼내들자 당내 비주류 좌장 격인 김한길 최고위원이 화답이라도 하듯 먼저 최고위원직을 던지면서 가세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인적쇄신이 본질은 아니다”라며 지도부 총사퇴에 반대했던 문 후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 문재인, 어떤 선택할지 주목
외부 인사 12명과 민주당 의원 4명으로 구성된 새정치위는 지난달 31일 심야 회의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고강도 쇄신이 이뤄져야만 3자 대결 시 3위로 나타나는 현재의 판을 깰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21일 친노(친노무현) 핵심 인사 9명이 선대위에서 퇴진한 데서 더 나아가 ‘이해찬-박지원’ 투톱으로 대변되는 지도부가 물러나는 정도의 인적쇄신이라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도 사퇴 선언 뒤 MBN 인터뷰에서 “안 후보 측에서 ‘와’ 하고 놀랄 정도로 강력한 쇄신 의지를 보여줘야 단일화 경쟁은 물론이고 대선 본선에서도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라며 문 후보에게 결단을 압박했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트위터에 “민주당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새정치위의 지도부 총사퇴 결정을 존중한다”고 가세했다. 범야권 원로들로 구성된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도 논평을 통해 “정치혁신에는 이를 감당할 인적인 변화도 함께 나타나야 한다”며 인적쇄신론에 힘을 보탰다.
문 후보는 일단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강원 고성군 전방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쇄신이란 것이 곧바로 지도부의 퇴진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선대위가 출범하자 최고위원회 주재 권한이 문 후보에게 넘어와 이 대표 등은 사실상 2선 후퇴한 상황이었다”며 “또 이 대표는 충청, 박 원내대표는 호남을 맡아 지역을 다지는 등 ‘하방(下放·지역구로 내려가는 것)’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후보가 이 대표 등을 계속 엄호할지는 미지수다. 한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발(發) 인적쇄신이 안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정치쇄신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문 후보도 잘 알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문 후보도 지도부 총사퇴론에 대해 “쇄신 의지를 더 분명하게 보여야 한다는 충정”이라고 평가하며 여지를 남겼다.
문 후보가 매듭짓지 않는 한 지도부 총사퇴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적쇄신 논란은 당내 계파 간 주도권 싸움과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은 민주당의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민주당의 쇄신’을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왔다는 점에서다. 안 후보 측 김성식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민주당 내에서도 진정한 정치쇄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함께 잘 살펴봤으면 한다”며 관심을 보였다.
○ 강원도로 안보 행보
문 후보는 이날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도를 찾아 안보 행보에 주력했다.
그는 강릉시에서 열린 강원선대위 출범식에서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사건 등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키지 못한 것도, ‘노크 귀순’으로 안보에 구멍을 낸 것도 새누리당”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안보와 평화를 함께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며 “저는 6·25전쟁 때 피란 내려온 피란민의 아들이고 최일선에서 국가를 지킨 특전사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고성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는 “NLL이 뚫려 젊은 목숨을 잃게 한 게 어느 정부냐”며 “정문헌 의원의 NLL 주장(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거짓이었음이 명백하게 밝혀졌음에도 박근혜 후보는 한마디 사과나 반성도 없다”고 비난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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