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본선행, 朴 표 확장 관문… 411만표 호남 몸값 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3일 03시 00분


대선을 46일 앞두고 호남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역대 대선처럼 호남의 ‘일방적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는 만큼 모든 후보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피할 수 없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호남의 지지율에 정치적 사활이 걸려 있다. 표의 확장에서 한계 상황에 놓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호남에서 두 자릿수 득표를 통해 ‘부족한 2%’를 채우고 국민대통합 명분을 살리겠다는 각오다.

○ 왜 호남인가

호남의 유권자는 모두 411만여 명. 전체 유권자의 10% 수준이다. 하지만 10%의 움직임에 선거 판도는 크게 달라진다. 1일 리서치앤리서치(R&R)의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세 후보의 지지율은 △안 후보 37.5% △문 후보 32.8% △박 후보 10.8% 순이었다. 전체적 추세에선 안 후보의 지지율이 40%대에서 다소 떨어진 반면 문 후보의 지지율은 20%대에서 다소 올랐다. 박 후보는 10%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문-안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호남 민심이 야권 후보로 급속히 쏠릴지, 아니면 박 후보의 두 자릿수 지지율이 유지될지 예측이 쉽지 않다. 현재 호남에서 야권 후보 선호도는 문 후보가 안 후보를 다소 앞서고 있다. 일각에선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대한 호남의 반감 때문에 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돼도 호남의 ‘민심 쏠림’이 과거와 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후보 진영은 문-안 후보가 혈투를 벌이는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4·11총선 당시 광주 서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39.7%, 전북 전주 완산을에 출마한 정운천 후보가 35.8%라는 높은 득표율을 올린 점도 새누리당에 자신감을 보태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호남은 국민대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박 후보에게도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며 “2007년 이명박 후보가 호남에서 얻은 8%의 약 2배인 15% 득표가 목표”라고 말했다.

○ 3인의 호남 공략법

박 후보 캠프가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하빌딩 5, 6층에선 “걸쭉한 호남 사투리가 표준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대통합위원회 한광옥 수석부위원장과 김경재 기획담당특보 등 호남 인사들이 대거 캠프에 합류한 결과다. 박 후보 진영은 호남 인사 영입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1일에는 전북 고창 출신의 이연택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조만간 호남 지역 대학의 총학생회장 출신 인사들도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인사의 전진 배치도 눈에 띈다. 당장 중앙선거대책위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박선규(전북 익산) 안형환(전남 무안) 이상일(전남 함평) 등 남성 대변인 3명이 모두 호남 출신이다. 황우여 대표는 지난달 23일부터 아예 광주에 상주하고 있다. 황 대표는 1일 광주에서 화상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호남 지역 예산을 꼼꼼히 챙겨 줄 것을 당부했다.

호남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문 후보는 승기를 잡기 위해 안 후보에 대한 실망감을 적극 파고들 계획이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문 후보가 호남에서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안 후보가 단일화 논의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호남에서 ‘자칫 3자 구도로 가다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며 “안 후보의 모호한 태도를 집중적으로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호남 출신 의원들을 모두 하방(下放·지역구로 내려가는 것)시켜 지역 민심을 다독이는 한편 문 후보도 조만간 다시 광주로 내려가 호남에서 쐐기를 박겠다는 전략이다. 시점은 안 후보가 정책을 총괄적으로 발표하는 10일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가 주목받는 날, 문 후보는 호남에서 맞불을 놓겠다는 얘기다.

안 후보 캠프의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1일 광주를 찾았다. 박 본부장은 캠프 내부를 진두지휘하는 역할이어서 지금까지 외부 일정이 거의 없었다. 그는 이날 안 후보를 지지하는 ‘광주·전남 진심포럼’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캠프 밖 외출은 처음이다. 캠프 개소 이후 첫 일정이 광주”라며 호남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박 본부장의 이례적 행보는 안 후보 측의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호남의 민심이 문 후보 쪽으로 기울기 전에 단속에 나섰다는 얘기다. 안 후보는 4일 전북에서 열리는 원불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다음 주 집중적으로 호남 일정을 만들어 문 후보와의 격차를 확실히 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대선#호남#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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