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생각보다 고수” 평가 나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8일 03시 00분


단일화 샅바싸움 安, 타이밍의 달인? 알고보니 프로?

정치 초짜? 정치 고수?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압박을 받다가 5일 전격적으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회동을 제안해 성사시키고, 공동합의에 자신의 평소 주장을 대부분 담아내자 정치권에선 “안 후보가 의외로 노련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9월 19일 출마를 선언한 안 후보는 정치 경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정치적 감각, 특히 위기를 반전시키는 타이밍을 잡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주 안 후보 캠프에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야권 단일화의 주요 승부처인 호남에서 문 후보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안 후보를 바짝 추격한 것. 안 후보가 오랫동안 애매한 말만 거듭해 야권 지지층 사이에 ‘단일화 피로감’이 쌓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10일까지 정책 공약에 집중하겠다”고 했던 안 후보는 5일 광주에서 ‘단일화 회동’을 전격 제안했다. 단일화 회동은 애초 문 후보가 줄기차게 제안해온 것이었다. 하지만 극적인 반전으로 마치 안 후보가 단일화 흐름을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는 이전에도 자신의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문 후보 지지율이 올라가는 시점에 ‘안철수의 생각’ 출판, TV 예능프로그램 출연, 출마 선언 등으로 추세를 뒤집는 ‘타이밍 정치’를 해왔다.

6일 문 후보와 합의한 7개항에도 안 후보의 전략이 반영됐다는 평이다. 합의사항의 상당 부분은 안 후보 측이 미리 준비했던 것들이다. 벤처기업을 설립해 성공신화를 써나가는 과정에서 체득한 타이밍 잡기와 승부 기질이 발휘됐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문 후보가 협상에 실패했다는 건 아니다. ‘후보등록 전’이라는 단일화 시한을 얻었기 때문이다. 협상 전문가인 최철규 HSG 대표는 “양측이 얻고자 하는 우선순위가 다를 때 덜 중요한 것을 먼저 주고 더 중요한 것을 얻어내는, 양측이 모두 만족스러운 익스체인지(주고 받기) 기법이 사용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려도 적지 않다. 안 후보의 최대 강점이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은 신선함인데, 노련한 정치인의 모습이 부각되면 지지층 결속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7일 “안 후보가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단일화 회동 제안한 安, 알고보니 ‘타이밍’의 귀재?

[채널A 영상] 박근혜 “누구를 위한 단일화냐”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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