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검경 갈등’ 한발 물러서… 일선 경찰 “이렇게 싱겁게 끝나나” 탄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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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방해에도 끝까지 가야 국민들 박수 받을 수 있는데 수뇌부는 봉합에만 급급”
16일 긴급 토론회 열기로

돈 받은 김광준 검사 특임팀 출석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가 특임검사팀이 꾸려진 서울 서부지검에 13일 출석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다물고 포토라인에서 허공을 2분가량 응시하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돈 받은 김광준 검사 특임팀 출석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가 특임검사팀이 꾸려진 서울 서부지검에 13일 출석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다물고 포토라인에서 허공을 2분가량 응시하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51)의 수뢰 의혹 사건을 두고 검찰과 평행선을 달리던 경찰이 13일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자 일선 경찰관들은 “수사가 어려울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너무 싱겁게 꼬리를 내렸다”며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검사 연루 사건이란 이유로 검찰이 도중에 끼어든 만큼 경찰은 마지막까지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국의 일선 경찰관들은 16일 세종시의 모처에 모여 특임검사를 지명한 검찰과 미온적으로 대처한 경찰 수뇌부를 비판하는 긴급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독자 수사를 하겠다던 경찰이 주장을 누그러뜨린 표면적 이유는 국무총리실의 검경 갈등 봉합 방침이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김 검사 의혹을 수사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검경 갈등을 치유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경찰은 오후에 태도를 바꿨다. 검찰이 수사 중인 혐의는 피해서 수사하겠다는 것. ‘이중 수사’ 논란을 피하면서 어쨌든 수사는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정부 방침이 없었다고 해도 경찰은 수사를 이어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경찰은 13일 김 검사에 대해 검찰이 두고 있는 혐의 외에 새로운 의혹이 다수 포착돼 검찰과 별도로 수사를 진행할 여지가 적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김 검사가 검찰에 구속되더라도 새 혐의가 나오면 구치소 접견 등을 통해 조사가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주요 혐의를 검찰이 독점 수사하면서 신병까지 확보하면 이를 능가할 만한 새로운 혐의를 찾기가 어렵다. 구치소 접견 조사 역시 사건 담당 검사가 반대하면 성사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김 검사의 10억 원 수수 혐의 등 당초 경찰이 제기한 김 검사의 핵심 의혹에 대해 검찰이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해 불기소하거나, 기소하더라도 형량이 낮은 혐의만 적용하면 경찰이 이를 뒤집기는 어렵다. 경찰이 추가 증거나 진술을 검찰에 제시하더라도 수사 지휘권을 가진 검찰이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버티면 따를 수밖에 없다.

사건 주요 조사 대상자들이 특임검사팀에 소환돼 조사받은 뒤 경찰 조사에는 거의 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경찰 수사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김 검사에게 6억 원을 제공한 유진그룹 EM미디어 유순태 사장은 12일 경찰에 “이중 수사여서 출석하지 않겠다”라는 의견서를 보내 왔다. 그는 특임검사 소환에는 응했다.

경찰이 김 검사에게 돈을 준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2∼9일 불러들인 참고인 10명은 이후 모두 검찰 조사에 응했다. 이중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조사를 받은 사람은 예외 없이 검찰에 응하고 있다”며 “반면 검찰 조사를 받은 사람 중에는 경찰에 안 나오거나 자료를 추가로 내겠다고 해놓고 안 온다고 입장을 바꾸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경찰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경찰 수뇌부가 검찰에 섣불리 주도권을 내줬다는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내 경찰서의 한 과장급 간부는 “필요한 영장을 신청해도 검찰이 막는 등 검찰 방해로 도저히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면 당당하게 물러나도 박수를 받겠지만 수뇌부가 총리실이나 청와대 눈치를 보며 갈등 봉합에만 골몰하는 모습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광준#검경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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