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 특임검사팀이 유진그룹 계열사인 EM미디어 유순태 사장 등에게서 모두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51·부장검사급)에 대해 15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검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9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김 검사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와 알선수재 혐의가 함께 적용됐다.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와 연관된 일로 돈을 받았다면 뇌물수수로, 업무 외 이유로 돈을 받았다면 알선수재로 처벌된다.
검찰은 김 검사가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일 때 유진그룹 관련 비리 의혹을 내사한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를 확보하고 2008∼2010년 유 사장에게서 받은 5억9000만 원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검사가 당시 유진그룹의 로또 수탁사업자 입찰 비리, 비자금 조성 의혹을 내사했고 이를 덮기 위해 유 사장이 돈을 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 강모 씨에게서 받은 2억4000만 원에 대해선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검사는 강 씨의 지인을 통해 이 돈을 차명계좌로 건네받았는데 특임검사팀은 최근 이 지인에게서 “(다른 검찰 수사) 사건의 청탁 대가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검사가 국가정보원 전 직원 부부의 기업인 협박 사건 등에 개입한 뒤 차명계좌로 받은 수천만 원과 KTF 임원에게서 제공받은 마카오 여행경비 및 도박자금 수백만 원도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밖에 김 검사가 2010년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으로 근무할 때 부속실 여직원 계좌로 또 다른 기업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뒤 여직원을 시켜 전액 현금으로 찾아오도록 한 사실을 확인하고 대가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또 김 검사가 부산의 C건설에서 받은 돈의 대가성도 수사하고 있다.
한편 경찰이 1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신청한 김 검사 계좌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검찰은 이틀째 아무런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이 영장은 이 사건에 대한 검경 이중 수사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경찰이 검찰에 신청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15일 “혐의를 뒷받침할 소명자료를 충분히 갖춰서 영장을 신청했는데 왜 아무 응답이 없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 관계자는 “증거가 부족해 청구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특히 차명계좌 입금자에 대한 조사가 안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를 놓고 평행선을 달려온 검경은 15일 수사협의회를 열어 2시간 넘게 대화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이날 서울 강북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검경은 수사기관 간 이중 수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검찰에서는 정인창 대검 기획조정부장, 김우현 형사정책단장, 이준식 대검 연구관, 경찰에서는 김학배 경찰청 수사국장, 김영수 수사구조개혁단장, 이형세 전략연구팀장 등 양측에서 모두 6명이 참석했다.
경찰은 특임검사팀 수사를 ‘사건 가로채기’로 규정하고 재발 방지책으로 양 기관이 수사 개시 시점을 형사사법통합망(KICS)에 올리자고 제안했지만 검찰은 신중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은 다음 주 초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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