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단일화 협상을 둘러싼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문제 제기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격에 나섰다. 단일화 협상이 중단된 지 사흘째인 이날도 안 후보가 협상에 복귀하지 않자 ‘몸 낮추기’에서 ‘역공’으로 기조를 바꾼 것이다. 핵심은 민주당을 구태 세력으로 규정한 안 후보 측의 프레임에 제동을 거는 데 있다.
이날 오전 안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선(先) 민주당 혁신, 후(後) 후보 회동’을 요구한 직후만 해도 문 후보 측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곧이어 문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공동선대위원장단 회의에선 안 후보가 ‘낡은 사고와 행태’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격앙된 반응이 분출했다. 사과를 거듭하던 문 후보도 이날 한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민주당 혁신은) 우리에게 맡겨줘야 할 부분”이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선대위원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단일화 상대를 구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지지자 통합에 도움이 안 된다”며 “후보 간 회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공동선대위원장들의 전원 사퇴 결의를 문 후보가 수용하지 않은 것도 안 후보 측에 대한 반발이다.
선대위원장들 사이에선 안 후보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전순옥 위원장은 안 후보를 김정일에게 빗대 “세계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가 ‘김정일이 원하는 게 뭘까’를 아는 것”이라며 “(안 후보도) 뭘 원하는지 지금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윤경 위원장은 “안 후보가 과연 정치쇄신을 말할 만한 사람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조사 응대 독려 문자메시지’를 보내 조직동원 논란에 휩싸였던 문 후보 시민캠프도 “새 정치는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안 후보 비판에 가세했다. 안도현 위원장은 “누구를 빼라, 누구를 내려놓으라 몽니를 부리는데 안 후보는 무엇을 내려놓을 생각을 하고 있느냐”며 “구태정치의 반복 같아 안타깝고 매우 실망스럽다”고 맹비난했다.
‘통 큰 정치’를 내세웠던 문 캠프가 대응기조를 수정한 것은 ‘새 정치 대 낡은 정치’ 프레임에 갇힐 경우 민주당이 낡은 세력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통적인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는 불만도 크다. 캠프 일각에서는 안 후보 측의 협상 지연을 벼랑 끝 전술로 규정했다.
양측은 민주당의 조직동원 문제를 놓고 맞섰다. 문 캠프 우상호 공보단장은 브리핑에서 “정당 조직이 자기 당 후보 지지하는 걸 ‘조직정치’ ‘구태정치’라고 하는 건 정당활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 단장은 “저와 언론인 사이에 식사를 하면서 나눴던 사담을 자세히 취재해서 그걸 문제를 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안 후보 측의 행태를 문제 삼았다.
한편 안 후보 측이 ‘민주당이 조직적 네거티브 공격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 배경에는 당내 비주류인 황주홍 의원의 글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안 캠프 윤태곤 상황부실장은 한 라디오에서 황 의원의 홈페이지 글을 거론하며 “안 후보는 단일화돼도 무소속으로 남는다. 그러면 민주당은 죽는다. 전통 당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려라, 이런 것이 지역 조직에 유포되고 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14일 올린 글에서 “민주당에서 안 후보에 대한 사실상의 네거티브가 담겨 있는 홍보자료를 지역으로 내려보내고 있다. 내 지역구에서조차 문 후보에 대한 조직적 선거운동을 했다는 지역 군의회 의장의 전화 보고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개적으로 올리는 글을 상상으로 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부인하면 할 수 없이 물증을 제시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대철 이부영 전 의원 등 전직 의원 67명으로 구성된 ‘정권교체와 민주헌정 확립을 희구하는 전직의원 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고서도 자유롭게 안 후보를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민주당의 내홍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은 “민주당은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당직자들이 안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힐 경우 해당행위로 간주해 탈당하지 않으면 안 후보를 지지할 수 없었다”며 “두 후보에 대한 모든 당원의 자유로운 선택과 지지 표명이 보장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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