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T-50B에서 블랙박스 회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7일 03시 00분


軍 “훼손 심해 美제조사에 분석의뢰”

‘이륙 후 5분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15일 비행 훈련 중 강원 횡성군 야산에 추락한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소속 T-50B 항공기의 사고 원인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이번 사고로 순직한 김완희 대위(32)는 6년간 1057시간의 비행기록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다. 지난해 9월 블랙이글 대원으로 선발되기 전까지 F-5 전투기의 교관조종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조종사의 과실이 추락 사고를 초래했을 가능성은 일단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체에 불이 붙은 채 추락했다’는 일부 주민들의 목격담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륙한 지 몇 분 만에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엔진계통의 핵심부품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일각에선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개연성도 제기한다. 이륙 직후 사고기의 엔진 공기 흡입구에 새가 빨려 들어가 엔진이 고장 나 추락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고기는 새가 날아다니는 고도 이상으로 비행했고, 고출력의 전투기 엔진은 조류 충돌이 발생해도 곧바로 추락하는 경우가 흔치 않아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의문을 풀어줄 열쇠는 이륙 준비부터 추락 직전까지 김 대위가 지상기지,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나눈 교신내용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공군은 사고 당시 김 대위의 교신내용을 초 단위로 분석하는 한편 함께 비행한 다른 T-50B 조종사를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사고기에서 회수한 블랙박스가 훼손이 심해 미국 제조사로 보내 추락 직전의 고도와 속도, 비행경로 등 비행기록의 분석을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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